쉬한증후군 (산후 뇌하수체 괴사)(Sheehan syndrome / Postpartum hypopituitarism)

📋 목차 및 주요 내용
항목내용
A. 분류 코드ICD-10: E23.0 (쉬한증후군)  |  산정특례: V165 (희귀질환, 등록 후 5년 본인부담 10%)
B. 동의어산후 뇌하수체 기능저하증(Postpartum hypopituitarism), 산후 뇌하수체 괴사(Postpartum pituitary necrosis), 시몬즈병(Simmonds' disease), Postpartum pituitary infarction
C. 성인기 발현성인기에 최초로 발현할 가능성 매우 높음 — 분만 후 출혈 및 저혈압으로 촉발되는 질환으로 생식연령의 여성에서만 발생하며, 진단이 수개월~수십 년 지연되는 경우도 흔함.
1. 역사1937년 Harold Sheehan이 산후 뇌하수체 괴사를 최초 체계 기술 → 분만 중 대량 출혈·저혈압이 뇌하수체 허혈성 괴사를 유발함을 제안 → 이후 범뇌하수체기능저하증의 대표적 후천성 원인으로 자리매김.
2. 원인분만 중 대량 출혈·저혈압으로 인한 뇌하수체 전엽의 허혈성 괴사. 임신 중 뇌하수체 비대(특히 유즙분비세포 증식)로 혈관 취약성 증가. 자가면역기전 동반 가능.
3. 유전학주로 비유전성 후천적 질환이나, 일부에서 항뇌하수체항체 양성 및 자가면역 소인 보고됨. 특정 HLA 아형과의 연관성 연구 존재.
4. 일반 역학고소득국에서 발생률 감소(산과적 관리 향상). 개발도상국에서 범뇌하수체기능저하증의 주요 원인. 국내 유병률 정확한 통계 미비. 전 세계 발생률 약 5/100,000 분만.
5. 발생기전임신 중 뇌하수체 용적 증가(약 136%) → 뇌하수체 문맥계 혈류 취약성 증대 → 분만 시 저혈압·출혈 → 뇌하수체 전엽 허혈성 괴사 → 다발성 호르몬 결핍.
6. 증상수유 불능(초기 단서), 무월경, 피로·무기력, 저체온, 체중 증가, 탈모, 피부 건조, 성욕 감퇴 등 범뇌하수체기능저하 증상; 중증 시 애디슨 위기.
7. 징후겨드랑이·음모 탈락, 창백·건조한 피부, 저혈압, 저혈당, 저나트륨혈증, 서맥, 뇌하수체 MRI상 빈 터키안(empty sella).
8. 선별 검사 방법분만 후 수유 불능·무월경 지속 여성에서 의심. 혈청 FSH/LH, 프로락틴, FT4/TSH, 코르티솔(오전 8시), IGF-1 기본 측정.
9. 진단법다발성 뇌하수체 호르몬 결핍 확인 + 인슐린 유발 저혈당검사(ITT) 또는 메티라폰검사 + 뇌하수체 MRI(빈 터키안). 분만 시 대량 출혈 병력이 핵심.
10. 치료법결핍 호르몬 평생 보충: 하이드로코르티손(최우선), 레보티록신,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GH(필요 시). 부신 위기 대비 긴급 하이드로코르티손 교육 필수.
11. 예후적절한 호르몬 보충 시 정상적 생활 가능. 진단 지연 시 사망률 증가(부신 위기). 뇌하수체 기능의 자연 회복은 드물지만 보고됨. 삶의 질 저하 동반.
12. 예방법산과적 출혈 신속 처치(수혈, 자궁수축제, 외과적 지혈)로 발생 위험 감소. 산후 수유 불능 여성에서 조기 내분비 평가 실시.
13. 참고문헌Sheehan HL. Postpartum necrosis of the anterior pituitary. J Pathol Bacteriol. 1937 … 외 9개 논문

1. 역사

쉬한증후군의 역사는 20세기 초 산과학과 내분비학의 교차점에서 시작된다. 1914년 독일의 병리학자 모리스 시몬즈(Morris Simmonds)는 산욕열로 사망한 여성의 부검에서 뇌하수체 전엽의 괴사를 처음 보고하였으며, 이를 뇌하수체 기능 상실과 연관 지었다. 당시에는 뇌하수체 감염 혹은 패혈증에 의한 국소 병변으로 이해되었고, 동반되는 범뇌하수체기능저하증은 '시몬즈병(Simmonds' disease)'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그러나 시몬즈의 기술은 원인 기전에 대한 체계적 설명이 부재하였고, 뇌하수체 괴사와 분만 중 출혈의 직접적 연관성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정적인 전기는 영국의 병리학자 해럴드 레녹스 쉬한(Harold Leeming Sheehan, 1900–1988)에 의해 마련되었다. 1937년 쉬한은 맨체스터에서 분만 후 사망한 여성 환자들의 뇌하수체 부검 표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Journal of Pathology and Bacteriology에 "산후 뇌하수체 전엽의 괴사(Postpartum necrosis of the anterior pituitary)"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는 이 논문에서 뇌하수체 전엽 괴사가 분만 중 심각한 출혈 및 이에 따른 혈압 저하와 밀접히 연관됨을 처음으로 명확히 제시하였다. 특히 임신 말기에 뇌하수체가 정상 대비 약 136% 이상으로 비대해지는 반면, 뇌하수체로의 혈액 공급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저혈압 상태에서 허혈성 손상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병리학적으로 입증하였다.

쉬한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자신의 관찰을 정교화하면서, 분만 후 발생하는 수유 불능, 무월경, 만성 피로, 갑상선 및 부신 기능 저하가 뇌하수체 괴사의 직접적 결과임을 임상적으로 추적하였다. 1948년에는 동료 Murdoch과 함께 산욕기 뇌하수체 기능 부전의 임상 양상을 체계화한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이 질환의 임상의학적 실체를 확립하였다. 이 업적으로 인해 산후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에는 '쉬한증후군'이라는 명칭이 부여되었으며, 이는 시몬즈의 이름을 딴 포괄적 진단명을 부분적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산과적 처치의 향상, 특히 수혈 기술의 발달과 출산 시 산과적 출혈의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지면서 고소득 국가에서 쉬한증후군의 발생률은 현저히 감소하였다. 그러나 개발도상국과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범뇌하수체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남아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뇌하수체 MRI의 보급과 함께 '빈 터키안(empty sella)' 소견이 쉬한증후군의 영상 진단 지표로 자리를 잡았으며, 자가면역성 뇌하수체염과의 병태생리적 유사성이 지적되면서 자가면역기전의 역할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현재는 분만 후 수십 년이 지나 진단되는 만성 형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산후 무월경 또는 수유 불능을 호소하는 여성 환자에서 적극적으로 쉬한증후군을 감별해야 한다는 임상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2. 원인

쉬한증후군의 근본 원인은 분만 전후 기간에 발생하는 뇌하수체 전엽의 허혈성 괴사(ischemic necrosis of the anterior pituitary)이다. 이 괴사는 분만 시 또는 분만 직후에 발생하는 대량 출혈 및 이로 인한 심한 저혈압이 뇌하수체 문맥계 혈류를 급격히 감소시킴으로써 유발된다. 임신 중 뇌하수체는 프로락틴 분비 세포(lactotroph)의 현저한 증식으로 인해 용적이 정상 대비 최대 136%까지 비대해지며, 이에 따라 뇌하수체를 둘러싼 경막동(dural sinus)과 뇌하수체 문맥계 혈관이 압박을 받아 혈액 공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 상황에서 분만 시 저혈압이 동반되면 비대해진 뇌하수체 전엽, 특히 혈관 분포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앙부(central zone)에 선택적 허혈이 발생하여 광범위한 괴사로 이어진다.

뇌하수체의 혈액 공급은 크게 두 경로로 이루어진다. 상뇌하수체동맥(superior hypophyseal artery)에서 시작하는 문맥계 혈관이 뇌하수체 전엽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하뇌하수체동맥(inferior hypophyseal artery)은 주로 후엽을 담당한다. 이 두 동맥계 사이에는 풍부한 문합이 없어, 상뇌하수체동맥의 관류 압력이 저하되면 전엽은 심각한 허혈 위험에 노출된다. 분만 과정에서 2리터 이상의 출혈이나 수축기 혈압 80 mmHg 미만의 저혈압이 상당 시간 지속될 경우, 이 취약한 문맥계에서 혈전 형성 또는 연축(vasospasm)이 발생하여 허혈 손상이 심화된다고 여겨진다.

최근 연구들은 순수한 허혈 기전 외에도 자가면역성 기전이 병태생리에 기여할 수 있음을 지지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일부 쉬한증후군 환자에서 항뇌하수체항체(anti-pituitary antibody)가 검출되며, 이는 허혈 손상에 의해 노출된 뇌하수체 항원에 대한 2차 자가면역 반응으로 해석된다. 이 자가면역 반응이 초기 허혈 손상 후에도 뇌하수체 기능 손상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거나, 임상적으로 명확한 출혈 병력이 없는 쉬한증후군 유사 사례에서 주된 병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된다. 또한 특정 HLA 유전자형(예: HLA-B8, HLA-DR3)과 항뇌하수체항체 양성 간의 연관성이 보고된 바 있어, 자가면역 소인이 발병에 기여하는 하위 집단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위험 요인으로는 분만 중 다량 출혈(postpartum hemorrhage, PPH, 500 mL 이상), 태반 조기 박리, 전치 태반, 자궁이완증 등 출혈을 유발하는 산과적 합병증이 가장 중요하다. 쌍태 임신이나 전자간증도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반면, 사망률이 높은 분만 합병증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선진 산과 시스템에서는 분만 중 심각한 저혈압이 드물어 발생률이 크게 감소하였다. 그러나 의료 접근성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여전히 산후 출혈이 적절히 처치되지 못하여 뇌하수체 허혈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3. 유전학

쉬한증후군은 전형적으로 후천성 비유전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질환의 핵심 기전은 분만 중 물리적 허혈 사건에 의한 뇌하수체 전엽 괴사로, 멘델 유전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부모로부터 자녀로 직접 유전되지 않으며, 가족 집적성(familial clustering)도 일반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소수의 연구에서 특정 면역유전학적 배경이 쉬한증후군 발병 감수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가 제시되었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항뇌하수체항체(anti-pituitary antibody, APA)와 HLA 유전자의 연관성이다. 일부 쉬한증후군 환자 코호트에서 APA 양성률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으며, APA 양성 환자는 더 심한 뇌하수체 기능저하 및 더 많은 축 손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이 자가면역 소인은 자가면역 갑상선질환이나 제1형 당뇨병과의 동반에서도 부분적으로 확인된다.

HLA 연관성 연구에서는 HLA-B8, HLA-DR3, HLA-DQ2 등 자가면역 질환과 흔히 연관되는 HLA 아형이 쉬한증후군 환자에서 더 높은 빈도로 관찰된다는 소규모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러한 HLA 유형은 자가반응 T세포를 제거하는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이 약화된 개체에서 더 흔히 나타나며, 허혈에 의해 노출된 뇌하수체 항원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적 연관성은 아직 소규모 연구에 기반하며, 확립된 유전적 위험인자로 임상적으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을 유발하는 다른 유전성 원인으로는 PROP1, POU1F1, HESX1, LHX3, LHX4 등의 뇌하수체 전사 인자 유전자 변이가 있으나, 이들은 쉬한증후군과는 구별되는 선천성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의 원인으로, 산후 출혈 병력 없이 소아기에 발현하는 특징을 가진다. 쉬한증후군 진단 시 이러한 선천성 형태와의 감별이 필요하며, 특히 분만 병력이 불명확하거나 출혈 정도가 경미한 경우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쉬한증후군은 유전적 취약성이 부분적으로 관여할 수 있으나, 발병의 주요 결정 인자는 산과적 위험 요인(출혈의 정도 및 저혈압 지속 시간)임을 강조해야 한다.


4. 일반 역학

쉬한증후군의 발생률은 지역과 의료 환경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서구 고소득 국가에서는 산과적 관리의 향상, 즉 분만 중 출혈에 대한 신속한 수혈, 자궁수축제 사용, 적극적 외과적 중재 등으로 인해 발생률이 현저히 감소하였다. 서구에서는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의 원인 중 쉬한증후군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으며, 현재는 뇌하수체 종양, 두개인두종, 두부 방사선 조사 등이 보다 흔한 원인으로 보고된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범뇌하수체기능저하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인도, 이집트, 터키, 파키스탄 등에서 시행된 역학 연구에서 가임기 여성에서의 뇌하수체 기능저하증 가운데 쉬한증후군이 차지하는 비율이 30–60%에 달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Sherif 등(2019)이 실시한 이집트 코호트 연구에서는 분만 후 출혈이 발생한 여성의 약 5%에서 장기적으로 뇌하수체 기능 손상이 확인되었다. 전 세계 발생률은 대략 5/100,000 분만 수준으로 추정되나, 지역별 편차가 크다.

한국의 경우, 출산 문화와 산과적 의료 수준의 향상으로 쉬한증후군 발생이 드물어졌으나, 희귀질환 등록 자료에 따르면 매년 소수의 신규 환자가 등록되고 있다. 대한내분비학회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서 산정특례 V165 코드로 등록된 환자 수를 통해 유병 규모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나, 공개된 대규모 역학 연구는 아직 부재하다. 진단이 수개월에서 수십 년까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유병률이 공식 통계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

위험 인자로는 분만 중 출혈량, 저혈압 지속 시간, 수혈 지연, 의료 접근성의 제한이 가장 중요하다. 분만 중 1,000 mL 이상의 출혈이 발생한 경우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며, 수축기 혈압이 80 mmHg 미만으로 30분 이상 지속된 경우 뇌하수체 허혈 손상 위험이 현저히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연령별로는 특정 연령군이 두드러지게 취약하지 않으나, 고령 임산부에서 혈관 취약성이 증가하여 위험이 다소 높을 수 있다. 다산(다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서 여러 차례의 분만 기회로 노출 위험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5. 발생기전

쉬한증후군의 발생기전은 임신 중 뇌하수체의 생리적 변화와 분만 시 혈역학적 손상의 결합으로 이해된다. 정상 비임신 여성의 뇌하수체 전엽은 무게 약 0.5–0.6 g이며, 터키안(sella turcica) 내에 위치한다. 임신 중에는 에스트로겐의 강력한 자극 아래 프로락틴 분비 세포가 현저히 증식하여 뇌하수체 전엽의 용적이 최대 136% 이상 증가한다. 이 비대해진 뇌하수체는 주변 경막동(cavernous sinus, diaphragma sellae)으로부터 오는 혈류를 수용하기 위해 문맥계 혈관이 더욱 확장·취약해진 상태이다.

뇌하수체 전엽의 혈액 공급은 주로 상뇌하수체동맥(superior hypophyseal artery)에서 기시하는 문맥계(hypophyseal portal system)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문맥계는 뇌하수체 전엽에 산소와 시상하부 방출호르몬을 함께 전달하는 독특한 구조이다. 그러나 해부학적으로 뇌하수체 전엽 중앙부(central zone)는 주변부에 비해 혈관 밀도가 낮아 혈류 감소 시 가장 먼저 허혈 손상에 취약하다. 분만 시 대량 출혈이 발생하여 전신 혈압이 급격히 저하되면, 이 취약한 중앙부에서 혈류가 임계 수준 이하로 감소하면서 허혈성 괴사가 시작된다.

세포 수준에서는 허혈에 의한 ATP 고갈, 세포 내 칼슘 과부하, 활성산소종(ROS) 생성 증가가 세포사멸(necrosis)을 주도한다. 중증 사례에서는 DIC(파종성 혈관내 응고증)가 동반되어 뇌하수체 문맥계에 미세 혈전이 형성되고 허혈 범위가 확대된다. 괴사된 뇌하수체 조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흡수되어 섬유화되고, 최종적으로 터키안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빈 터키안(empty sella) 소견이 MRI에서 나타나게 된다.

허혈 손상의 정도와 관련 호르몬 결핍의 심각도는 비례 관계를 보인다. 뇌하수체 전엽 실질 세포의 75% 이상이 손상되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호르몬 결핍이 발현된다고 알려져 있다. 손상 범위에 따라 GH 축, 성선자극호르몬 축, 갑상선자극호르몬 축, ACTH 축이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에 손상될 수 있으며, 프로락틴 분비 세포가 가장 광범위하게 증식된 상태에서 허혈이 발생하므로 수유 불능이 가장 초기에 나타나는 임상 단서가 된다. 자가면역 기전이 공존하는 경우 허혈 괴사 이후에도 항뇌하수체항체에 의한 지속적 손상이 진행되어 기능저하증이 서서히 악화될 수 있다.


6. 증상

쉬한증후군의 증상은 손상된 뇌하수체 전엽 세포의 종류와 범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며, 급성기와 만성기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이른 임상 단서는 분만 후 수유 불능(failure of lactation)이다. 정상적인 분만 후에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수준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프로락틴의 유즙 분비 촉진 작용이 활성화되어 모유 생성이 시작된다. 그러나 쉬한증후군으로 프로락틴 분비 세포가 광범위하게 파괴된 경우, 혈청 프로락틴 수치가 매우 낮아 수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분만 후 수유를 시도해도 모유가 전혀 나오지 않는 여성에서 쉬한증후군을 반드시 감별해야 한다.

분만 후 6주~6개월 이내에 무월경(amenorrhea)이 지속되거나, 첫 산후 월경이 없는 경우도 중요한 증상이다. 이는 성선자극호르몬(FSH, LH) 결핍으로 인한 이차성 성선기능저하증(secondary hypogonadism)을 반영한다. 이와 함께 성욕 감퇴, 질 건조감, 성교통 등의 성기능 이상도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자극호르몬(TSH) 결핍은 이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초래하여 피로, 무기력, 한불내성(cold intolerance), 체중 증가, 변비, 피부 건조, 서맥, 탈모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ACTH 결핍으로 인한 이차성 부신기능저하증은 가장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로, 만성적으로는 피로, 식욕 감소, 저혈압, 저나트륨혈증, 저혈당이 나타나며, 스트레스 상황에서 급성 부신 위기(Addisonian crisis)가 발생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GH) 결핍은 성인에서 체지방 증가, 근육량 감소, 활력 저하, 삶의 질 저하로 발현된다.

만성 쉬한증후군에서는 이러한 증상들이 수개월에서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여, 환자 자신도 점진적 쇠약감이나 노화의 일부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진단까지 평균 10년 이상 지연되기도 한다. 피부창백, 전신 위약감, 겨드랑이·음모 탈락은 만성기의 특징적 소견이며, 장기간 방치 시 심각한 심혈관 합병증, 골다공증, 인지 기능 저하가 동반될 수 있다.


7. 징후

쉬한증후군의 신체 징후는 결핍된 호르몬 축의 조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 특징적인 외관상 소견은 겨드랑이 털과 음모의 현저한 감소 또는 소실로, 이는 성선 기능저하로 인한 안드로겐 결핍을 반영한다. 피부는 창백하고 건조하며, 주름이 증가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눈썹의 외측 1/3이 소실되는 소견(결핍성 갑상선기능저하증과 유사)도 관찰된다.

활력징후 측면에서는 저혈압(특히 기립성 저혈압)과 서맥이 흔하며, 이는 갑상선 기능저하와 부신 기능저하의 복합적 결과이다. 저혈당 발작 시 식은땀, 의식 저하, 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 진찰 시 근력 저하 및 반사 지연(delayed deep tendon reflex)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검사실 소견으로는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이 가장 흔한 전해질 이상으로, ACTH 결핍에 의한 코르티솔 감소가 항이뇨호르몬(ADH)의 과잉 분비를 유발하여 희석성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한다. 혈중 코르티솔, FT4, FSH, LH, IGF-1 수치가 모두 저하되어 있으며, TSH는 이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에서 낮거나 정상 범위 내 부적절하게 낮은 수치를 보인다. 혈색소 감소(정구성 빈혈), 혈당 저하, 혈중 콜레스테롤 및 LDL 상승이 동반될 수 있다.

영상 소견으로는 뇌하수체 MRI(조영증강 포함)에서 빈 터키안(empty sella)이 가장 전형적이다. 이는 괴사된 뇌하수체 조직이 흡수된 후 터키안 내에 뇌척수액이 채워진 상태로, T1 강조 영상에서 터키안이 저신호강도의 균일한 액체로 채워진 것처럼 관찰된다. 일부 급성 또는 아급성 사례에서는 초기에 뇌하수체 전엽의 경색 부위가 증강되거나, 출혈을 반영하는 고신호강도가 관찰될 수 있다. 골밀도 검사에서는 장기간의 성 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골다공증 소견이 흔히 동반된다.


8. 선별 검사 방법

쉬한증후군의 선별 검사는 주로 임상적 의심에 기반한다. 분만 후 다음과 같은 상황 중 하나 이상이 존재하는 여성에서 적극적으로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 ① 분만 중 500 mL 이상 출혈 또는 심각한 저혈압 에피소드가 있었던 경우, ② 분만 후 모유가 전혀 나오지 않거나 수유에 실패한 경우, ③ 분만 후 6주 이상 무월경이 지속되는 경우, ④ 분만 후 원인 불명의 피로·무기력이 지속되는 경우.

초기 선별 검사로는 혈청 호르몬 기저치 측정이 권장된다. 구체적으로는 오전 8시 혈청 코르티솔(free cortisol 또는 total cortisol), 혈청 FT4와 TSH, 혈청 FSH·LH·에스트라디올, 혈청 IGF-1(성장호르몬 축 간접 평가), 혈청 프로락틴을 동시에 측정한다. 전해질 검사(나트륨, 칼륨)와 공복 혈당 측정도 기본적으로 시행한다. 오전 8시 혈청 코르티솔이 18 μg/dL 이상이면 부신 기능은 일반적으로 정상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3–18 μg/dL 구간에서는 추가 자극 검사가 필요하다.

영상 검사로는 뇌하수체 MRI(가돌리늄 조영증강)를 선별 검사 초기에 시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빈 터키안 소견은 쉬한증후군에 특이적이지는 않으나, 분만 후 출혈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뇌하수체 기능저하 소견과 함께 관찰되면 강력한 지지 증거가 된다. 동시에 뇌하수체 종양, 두개인두종, 림프구성 뇌하수체염 등을 배제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장기 추적 관찰이 필요한 경우, 분만 후 출혈이 심각하였던 모든 여성에 대해 6주, 6개월 및 1년 시점에 뇌하수체 기능 평가를 반복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초기에는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자가면역 기전에 의한 지연성 손상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임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새로이 발생하는 경우 재평가가 필수적이다.


9. 진단법

쉬한증후군의 확진은 ① 분만 중 대량 출혈 또는 심각한 저혈압의 병력, ② 다발성 뇌하수체 전엽 호르몬 결핍의 생화학적 증명, ③ 뇌하수체 MRI상 빈 터키안 또는 뇌하수체 위축 소견의 세 가지 요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하나라도 결여된 경우 감별 진단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부신 기능 평가를 위한 표준 동적 검사로는 인슐린 유발 저혈당 검사(insulin tolerance test, ITT)가 시행된다. 인슐린 정맥 투여로 혈당을 40 mg/dL 이하로 저하시킨 후 혈청 코르티솔이 18 μg/dL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으면 ACTH-코르티솔 축의 기능 부전으로 판정한다. ITT가 금기(간질, 관상동맥질환, 고령)인 경우 메티라폰 검사(metyrapone test) 또는 저용량 코신트로핀 자극검사(low-dose cosyntropin stimulation test)로 대체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은 혈청 IGF-1 저하 외에도 ITT 시행 시 GH 반응 측정으로 함께 평가한다.

갑상선 기능 평가는 혈청 FT4와 TSH를 동시에 측정하여 이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FT4 저하 + TSH 정상 또는 부적절하게 낮음)과 원발성 갑상선기능저하증(FT4 저하 + TSH 상승)을 감별한다. 성선 기능 평가는 혈청 FSH, LH, 에스트라디올을 측정하며, 폐경 전 여성에서 FSH 및 LH 모두 낮고 에스트라디올이 저하된 경우 이차성 성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한다. 항뇌하수체항체 검사는 자가면역 기전이 의심되는 경우 시행하며, 진단 보조 지표로 활용된다.

쉬한증후군과 감별해야 할 주요 질환으로는 림프구성 뇌하수체염(lymphocytic hypophysitis), 뇌하수체 종양(특히 크라니오파린지오마), 두부 외상 후 뇌하수체 기능저하증, 사르코이드증 및 다른 육아종성 질환에 의한 뇌하수체 침범, 그리고 선천성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이 있다. 분만 후 수개월 이내에 발생하는 림프구성 뇌하수체염은 임상 양상이 쉬한증후군과 매우 유사하여, MRI 소견(뇌하수체 비대 및 자루 비후 여부)과 병력 청취가 중요한 감별 도구가 된다.


10. 치료법

쉬한증후군의 치료는 결핍된 뇌하수체 호르몬 또는 표적 기관 호르몬의 평생 보충 요법이 근간이다. 치료 우선순위는 생명을 위협하는 호르몬 결핍부터 시작하며, 코르티솔 → 갑상선호르몬 → 성 호르몬 → 성장호르몬 순서로 접근한다.

부신피질기능저하증 치료가 가장 우선적이다. 갑상선호르몬을 부신 기능 평가 및 보충 전에 먼저 투여하면 부신 위기가 촉발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하이드로코르티손(hydrocortisone)을 먼저 투여한 후 갑상선호르몬을 추가한다. 하이드로코르티손은 경구로 1일 15–25 mg을 분할 투여(예: 아침 10–15 mg, 저녁 5–10 mg)하는 것이 표준이다. 수술, 고열, 구토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용량을 2–3배로 증량(sick day rules)하도록 환자 교육이 필수적이며, 의식 불명 시를 대비한 하이드로코르티손 비상 주사제(100 mg 근주) 처방이 권장된다.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는 레보티록신(levothyroxine)으로 이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을 보충한다. 이차성이므로 TSH 수치는 치료 목표 지표로 사용할 수 없으며, 혈청 FT4를 정상 범위 중앙값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기 용량은 25–50 μg/일에서 시작하여 4–6주 간격으로 조정한다.

성선기능저하증 치료는 폐경 전 여성에서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복합 요법으로 생리적 주기를 회복하고 골다공증 및 심혈관 위험을 감소시킨다. 임신을 원하는 경우 성선자극호르몬(FSH/LH) 주사 또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 펌프를 통한 배란 유도가 가능하며, 실제로 쉬한증후군 환자에서 정상 임신 사례가 보고되어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 치료는 성인에서 체지방 분포, 근육량, 삶의 질, 골밀도, 심혈관 위험 지표 개선을 위해 재조합 인간 성장호르몬(rhGH) 피하 주사를 시행한다. 성인 GH 결핍의 진단 기준을 충족한 경우 국내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모든 호르몬 보충 환자는 정기적인 생화학적 모니터링(호르몬 수치, 전해질, 혈당, 지질, 골밀도)과 함께 호르몬 보충 카드를 항상 휴대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11. 예후

쉬한증후군은 적절한 호르몬 보충 요법이 시행될 경우 예후가 비교적 양호하다. 모든 결핍 호르몬을 적절히 보충받는 환자는 정상적인 사회 활동과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임신도 가능하다. 그러나 진단이 지연될수록 예후가 나빠지며, 특히 인식되지 못한 부신 기능저하 상태에서 외과적 수술, 감염, 외상 등의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생명을 위협하는 부신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 예후와 관련하여 몇 가지 중요한 합병증이 보고된다. 첫째, 장기간의 성 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골다공증은 척추 압박 골절 및 고관절 골절 위험을 증가시킨다. 적절한 에스트로겐 보충과 비타민D·칼슘 보충이 이를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둘째, 성장호르몬 결핍이 지속되면 심혈관 위험이 증가하여 복부 비만, 이상지질혈증, 내피 기능 장애가 진행한다. 셋째, 만성 피로 및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해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될 수 있으며, 이는 GH 보충으로 부분적으로 개선된다.

뇌하수체 기능의 자연 회복은 매우 드물지만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는다. 일부 증례에서 분만 후 수개월에서 수년 내에 특정 호르몬 축(주로 성선자극호르몬 축)이 부분적으로 회복된 사례가 보고되어 있으며, 이는 자가면역 기전이 동반된 경우 치료에 의한 면역 안정화와 관련될 수 있다. 그러나 광범위한 허혈성 괴사가 발생한 경우 기능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진단 후 호르몬 보충이 일찍 시작되고 적절히 모니터링 받는 환자의 기대 수명은 일반 인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진단이 지연되거나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 심혈관 질환 및 감염에 의한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


12. 예방법

쉬한증후군의 1차 예방은 주로 산과적 출혈의 예방 및 조기 처치에 달려 있다. 분만 후 출혈(postpartum hemorrhage, PPH)은 전 세계 모성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만 3기 적극적 처치(active management of third stage of labor, AMTSL)가 PPH 발생률 감소에 효과적임이 입증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자궁수축제(옥시토신, 미소프로스톨)의 예방적 투여, 지속적 자궁 마사지, 태반의 조기 만출 유도가 표준 처치에 포함된다. 출혈이 발생한 경우 신속한 수혈, 자궁수축제 추가 투여, 필요 시 자궁 압박 봉합술 또는 자궁 절제술로 저혈압의 지속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분만 전 고위험군 파악도 중요하다. 전치태반, 태반 유착 스펙트럼(accreta spectrum disorder), 응고 장애, 이전 자궁 수술 병력이 있는 산모는 고위험 의료기관에서 분만하도록 계획해야 한다. 산전 빈혈 교정(철분 보충, 경우에 따라 수혈)으로 분만 시 출혈 여유력을 확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차 예방(조기 발견 및 조기 진단)을 위해 분만 후 출혈을 경험한 모든 여성에서 산후 6주, 6개월 추적 방문 시 내분비 평가를 포함하는 것이 권장된다. 수유 불능, 산후 무월경, 지속적 피로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즉시 내분비내과 의뢰를 실시한다. 또한, 이전에 대량 출혈 병력이 있고 현재 무월경·피로·피부 변화가 있는 중년 여성에서는 뒤늦게 진단되는 만성 쉬한증후군을 고려해야 한다. 조기 진단 및 치료 시작이 부신 위기 예방과 골다공증·심혈관 합병증 감소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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