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D-10: D61.0 | 동의어: 영아형 선천성 순수 적혈구 무형성증, Diamond-Blackfan anemia (영아형), DBA, Congenital hypoplastic anemia (infantile type)
영아기에 발생하는 선천성 순수 적혈구 무형성증은 1938년 미국의 소아과 의사 Louis K. Diamond와 Kenneth D. Blackfan이 처음으로 독립된 질환 실체로 기술하였다. 이들은 7명의 영아에서 정상 백혈구 및 혈소판 수치를 유지하면서 심한 빈혈과 망상적혈구 감소를 보이는 증후군을 보고하였으며, 골수 검사에서 적혈구 전구세포의 현저한 감소와 다른 계열의 정상 소견을 특징으로 제시하였다. 이 질환은 이후 Diamond-Blackfan 빈혈(DBA)로 알려지게 되었다.
1940~1960년대에는 이 질환의 병인에 대한 이론적 논쟁이 있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내인성 조혈 결함을 주장하였고, 다른 연구자들은 면역 매개 기전을 제안하였다. 1951년 Gasser는 이 질환이 영아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에 주목하여 영아형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후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치료에 대한 반응이 확인되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정립되기 시작하였다.
1999년 Draptchinskaia 등은 최초의 DBA 원인 유전자로 RPS19(리보솜 단백질 S19)를 동정하였으며, 이는 리보솜 생합성 장애(ribosomopathy)가 DBA의 핵심 병인임을 시사하였다. 이후 2000년대에 걸쳐 RPS24, RPS17, RPL35A, RPL5, RPL11 등 다수의 리보솜 단백질 유전자 변이가 DBA와 연관됨이 확인되어, DBA는 리보솜병증(ribosomopathy)의 대표 질환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소아혈액종양학회를 중심으로 DBA 환자 등록 및 추적 관찰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다기관 연구를 통해 한국인 환자에서도 RPS19 변이를 포함한 다양한 리보솜 단백질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었으며, 조혈모세포이식 결과 데이터도 축적되고 있다.
영아형 선천성 순수 적혈구 무형성증의 주된 원인은 리보솜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이형접합 기능 소실 변이이다. 현재까지 약 20개 이상의 리보솜 단백질 유전자(RPS19, RPL5, RPL11, RPL35A, RPS24, RPS17, RPS26, RPS10, RPL26, RPL15 등) 변이가 DBA와 연관됨이 확인되었다. RPS19 변이가 가장 흔하여 전체 DBA 환자의 약 25%를 차지한다.
| 유전자 | 리보솜 소단위 | 빈도(%) | 특이 사항 |
|---|---|---|---|
| RPS19 | 40S | 약 25% | 가장 흔한 원인, 다양한 임상 표현형 |
| RPL5 | 60S | 약 9% | 엄지 기형, 구개열 동반 빈도 높음 |
| RPL11 | 60S | 약 7% | 엄지 기형 동반 빈도 높음 |
| RPL35A | 60S | 약 3% | 경증~중등도 표현형 |
| RPS26 | 40S | 약 3% | 기형 없이 빈혈만 나타나는 경향 |
| 원인불명 | - | 약 35~40% | 미확인 유전자 변이 추정 |
일부 DBA 유사 증후군은 GATA1 유전자의 변이(X염색체 연관)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전-리보솜 단백질 결합인자인 TSR2 유전자 변이도 DBA와 유사한 표현형을 유발한다. 전체 DBA 환자의 약 35~40%에서는 현재의 분자유전학적 검사로 원인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지 않으며,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원인 유전자가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있다.
영아형 선천성 순수 적혈구 무형성증(DBA)의 약 40~45%는 가족력이 있는 유전성이며, 이 중 대부분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 양식을 따른다. 전체 환자의 약 55~60%는 산발성(de novo 변이) 형태로 발생하여 가족력이 없다. 드물게 상염색체 열성 유전 또는 X 연관 유전(GATA1, TSR2 변이) 양식이 보고되었다.
리보솜 단백질 유전자의 이형접합 결실 또는 기능 소실 변이는 리보솜 소단위체 조립 장애를 유발한다. 리보솜 스트레스(ribosomal stress) 상태에서 p53 경로가 과활성화되어 적혈구 전구세포(BFU-E, CFU-E)의 선택적 아포토시스가 촉진된다. 적혈구 전구세포는 다른 혈구 계열에 비해 리보솜 단백질 불균형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GATA1 전사인자의 번역 의존적 발현 조절과 관련된다.
동일한 유전자 변이를 가진 가족 내에서도 임상 표현형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불완전 침투율(incomplete penetrance)이 확인된다. RPL5, RPL11 변이는 특히 엄지 기형(triphalangeal thumb)과 구개열 동반 빈도가 높다.
영아형 선천성 순수 적혈구 무형성증은 희귀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출생 100만 명당 5~7명의 발생률이 보고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1/100,000~1/200,000 생아 출생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성별 차이는 없거나 경미하며, 특정 민족에서 더 높은 빈도를 보인다는 일관된 보고는 없다.
진단의 90% 이상이 생후 1년 이내에 이루어지며, 중앙값 발병 연령은 생후 2~3개월이다. 일부 환자는 신생아기(생후 수일~수주 이내)에 진단되기도 하며, 드물게 학령기 이후 성인기에 진단되는 사례도 있다.
한국에서는 희귀질환 등록사업에 Diamond-Blackfan 빈혈이 등록되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희귀질환 통계에서 연간 20~40명 수준의 신규 등록 환자가 보고된다. 소아혈액종양학과 내에서 지속적으로 등록 및 추적이 이루어지고 있다.
Diamond-Blackfan Anemia Registry (DBAR, 미국), DBA Registry of the European Working Group on Diamond-Blackfan Anemia (EWOG-DBA), 일본 DBA 연구그룹 등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 등록 사업을 통해 장기 임상 경과, 치료 반응, 합병증 빈도가 체계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리보솜 단백질 유전자의 이형접합 변이는 해당 리보솜 단백질의 생산 감소를 초래하며, 이는 자유 리보솜 단백질의 불균형을 유발한다. 과잉 유리된 리보솜 단백질(특히 RPL5, RPL11)은 MDM2에 결합하여 p53의 유비퀴틴화를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p53 단백질이 안정화된다. p53의 과활성화는 세포 주기 정지(cell cycle arrest)와 아포토시스(apoptosis)를 유도하여 적혈구 전구세포가 선택적으로 소실된다.
적혈구 전구세포(특히 BFU-E 및 CFU-E 단계)는 빠른 증식과 분화를 위해 높은 수준의 단백질 합성 및 리보솜을 필요로 한다. 또한 적혈구 분화에 핵심적인 전사인자 GATA1은 번역 의존적으로 발현이 조절되어 리보솜 기능 저하 시 특히 취약하다. 이러한 선택적 취약성이 적혈구계 세포에만 무형성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일부 DBA 환자에서는 적혈구 전구세포의 EPO 수용체 신호 감소 또는 EPO에 대한 반응성 저하가 확인된다. 혈청 EPO는 일반적으로 정상 이상으로 상승해 있어 EPO 결핍은 원인이 아니다. HSCT 이후 정상 적혈구 생성이 회복된다는 사실은 DBA의 주된 결함이 내인성 조혈 전구세포에 있음을 지지한다.
영아형 선천성 순수 적혈구 무형성증의 주된 증상은 심한 빈혈에 의한 증상이다. 영아에서 창백(pallor), 수유 곤란(feeding difficulty), 과호흡(tachypnea), 빈맥(tachycardia), 보채거나 기면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환자는 생후 수 개월 내에 증상이 시작되며, 부모가 피부 창백 또는 수유 장애를 주소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빈혈에서는 울혈성 심부전, 간비대가 발생할 수 있다.
영아형 선천성 순수 적혈구 무형성증 환자의 약 30~47%에서 다양한 선천성 기형이 동반된다. 가장 두드러진 기형은 엄지 이상(triphalangeal thumb, 세 마디 엄지, 또는 납작한 엄지)이다. 이외에도 구순구개열, 사두증, 사시, 선천성 심기형, 비뇨생식기 기형 등이 보고된다. 엄지 이상은 RPL5, RPL11 변이와 연관성이 특히 높다.
장기간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성장 장애, 쿠싱증후군 유사 증상, 골다공증이 문제가 된다. 만성 수혈을 받는 환자에서는 철 과부하에 의한 내분비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DBA 환자는 일반 인구에 비해 악성 종양 발생 위험이 증가하며, 특히 AML, MDS, 골육종, 결장암 등의 위험이 높다.
신체 검진에서 심한 창백, 빈맥, 과호흡이 관찰된다. 비장비대는 전형적으로 없거나 경미하며, 이것이 용혈성 빈혈과의 중요한 감별점이다. 공막 황달은 일반적으로 없다. 선천성 기형 동반 시 엄지 기형, 두개골 이상, 심기형이 발견된다.
전혈구검사(CBC)에서 정구성 정색소성 또는 대구성(macrocytic) 빈혈이 나타난다(Hb 일반적으로 3~8 g/dL). 망상적혈구 수가 현저히 감소 또는 소실된다(망상적혈구 0~1%). 백혈구 수치 및 분류는 정상이며, 혈소판 수치도 정상 또는 경미한 증가를 보인다. 적혈구 아데노신 디아미나아제(eADA) 활성이 증가하는 것이 DBA에서 특징적으로 관찰된다(전체의 약 80~90%).
골수 천자 및 생검에서 적혈구 전구세포의 심한 감소 또는 소실이 특징적이다. 골수구계(과립구계) 및 거핵구계 세포는 정상적으로 존재한다. DBA 환자에서 태아 헤모글로빈(HbF) 비율이 연령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되며, 이는 진단 보조 지표로 활용된다.
영아형 선천성 순수 적혈구 무형성증은 표준 신생아 선별 검사(NBS) 패널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영아에서 설명되지 않는 빈혈과 망상적혈구 감소를 발견할 경우 DBA를 의심하여 추가 검사를 시행한다. 산전 초음파에서 선천성 기형이 발견된 경우 출생 후 혈액학적 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권고된다.
eADA 활성 증가는 DBA에서 비교적 특이적인 생화학적 표지자이다. 철결핍빈혈, 일시적 영아 적혈구감소증(TEC) 등 다른 원인 빈혈에서는 eADA가 정상이므로, 빈혈 원인 감별에 유용한 1차 선별 검사로 활용할 수 있다. 검사 양성 시 골수 검사 및 분자유전학적 검사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이 표준이다.
DBA 환자의 가족에서 부모 및 형제자매에 대한 혈액학적 선별 검사가 권고된다. 가족 선별은 유전 상담 및 추후 조혈모세포 공여자 선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현재 사용되는 DBA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1세 미만에 진단된 정구성 또는 대구성 빈혈, (2) 망상적혈구 감소, (3) 골수에서 적혈구 전구세포 감소, (4) 정상 백혈구 및 혈소판. 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고전적 DBA로 진단하며, 유전자 변이 또는 가족력으로 확인되면 기준 일부를 충족하지 않아도 진단 가능하다.
리보솜 단백질 유전자 패널(RPS19, RPL5, RPL11, RPL35A, RPS24, RPS17, RPS26 등) 또는 전체 엑솜 시퀀싱(WES)을 통해 원인 변이를 확인한다. MLPA를 이용한 대규모 결실/중복 분석도 시행한다. 분자유전학적 검사는 진단 확정뿐 아니라 가족 선별, 유전 상담, 이식 공여자 선발에 필수적이다.
일시적 영아 적혈구감소증(TEC)은 2세 이후에 자연 회복되고 eADA가 정상이라는 점에서 DBA와 구별된다. 판코니 빈혈은 범혈구감소증과 DEB/MMC 검사로 감별한다. Pearson 증후군은 미토콘드리아 DNA 결실로 감별한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주로 프레드니솔론)는 영아형 선천성 순수 적혈구 무형성증의 1차 치료제이다. 치료 반응률은 약 70~80%이다. 프레드니솔론 2 mg/kg/일(최대 60 mg/일)로 시작하여 반응 후 최소 유효 용량으로 감량한다. 장기 스테로이드 치료는 성장 장애, 쿠싱증후군, 감염 취약성,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므로 가능한 최소 용량 및 격일 투여를 권고한다.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거나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심한 환자에서는 정기 수혈 요법이 대안이다. 일반적으로 4~6주 간격으로 농축적혈구(PRBC) 수혈을 시행하여 Hb > 8 g/dL을 유지한다. 만성 수혈에 따른 철 과부하를 예방하기 위해 철 킬레이션 요법(데페라시록스, 데페록사민)을 병행한다.
조혈모세포이식(HSCT)은 유일한 근치적 치료법이다. HLA 일치 동종 공여자(형제자매 > 비혈연 공여자)에서 HSCT를 시행할 경우 5년 생존율은 약 70~90%이다. 이식 최적 시기는 일반적으로 9세 이전으로 권고되며, 스테로이드 불응, 수혈 의존성, 가족 내 HLA 일치 공여자 확인 시 적극 고려한다.
RPS19 DBA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이 일부 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하여 정상 RPS19 유전자를 자가 조혈모세포에 도입하는 방식이다. 루수파루셉트(luspatercept)가 일부 DBA 성인 환자에서 연구 중이며, 초기 임상 결과는 고무적이다.
스테로이드에 지속적으로 반응하는 환자(전체의 약 40%)는 비교적 양호한 예후를 보인다. 스테로이드 반응 후 장기 완해(long-term remission)에 들어가는 환자는 약 20%에서 보고되어 있다. HLA 일치 공여자에서 HSCT를 조기에 시행할 경우 장기 생존율이 높다. 스테로이드 불응이면서 HSCT가 불가능한 경우 만성 수혈에 의존하게 되며 철 과부하로 인한 합병증이 장기 예후를 결정한다.
DBA 환자에서 악성 종양 발생 위험이 약 3~5배 높다. 40세 이전까지 누적 암 발생률이 약 20%로 추정되는 보고도 있다. AML, MDS, 골육종, 두경부 암, 결장암 등의 위험도 증가한다. 따라서 정기적인 종양 감시가 필요하다.
적절한 관리로 성인기까지 생존이 가능하나, 만성 수혈 의존 환자에서 심장 사이데로시스, 간 합병증, 감염에 의한 조기 사망 위험이 있다. 스테로이드 부작용(비만, 성장 장애, 골다공증)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며, 성인기에도 지속적인 전문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
영아형 선천성 순수 적혈구 무형성증은 주로 상염색체 우성 유전 양식을 따르므로, 환자의 부모 및 형제자매에 대한 유전 상담이 필수적이다. 원인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 가족 구성원에게 분자유전학적 검사를 권고한다. 이식 공여자 선발 시 가족 내 DBA 보인자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 변이가 확인된 가족에서 이후 임신 시 융모막 융모 생검(CVS) 또는 양수 천자를 통한 산전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다. 체외수정 주기에서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M)를 통해 이환 배아의 착상을 예방하거나, HLA 일치 형제를 선발하여 구세주 형제(savior sibling) 이식에 활용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치료 중 감염 예방, 칼슘/비타민 D 보충, 성장 모니터링을 시행한다. 만성 수혈 환자에서 철 킬레이션 치료를 규칙적으로 시행하고 심장 및 간 철 과부하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연 1회 이상의 혈액학적 추적 검사, 악성 종양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 검진이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