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D-10: D55.2 | V코드: V164 | 동의어: HK결핍빈혈, Hexokinase deficiency, HK deficiency hemolytic anemia, HK1 deficiency
헥소키나제(Hexokinase, HK) 결핍에 의한 용혈성 빈혈은 1968년 발렌타인(Valentine) 등이 최초로 보고하였다. 이 연구팀은 만성 비구상적혈구 용혈성 빈혈을 보이는 환자에서 기존에 알려진 원인(G6PD 결핍, PK 결핍)이 배제된 상황에서 적혈구 내 헥소키나제 활성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음을 처음 기술하였다. 이후 1970~80년대에 걸쳐 산발적 증례가 보고되었으며, HK 결핍은 피루브산 키나제(PK) 결핍에 이어 두 번째로 발견된 해당과정 효소결핍증이 되었다. 그러나 PK 결핍의 경우와 달리 HK 결핍 증례 보고는 전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어, 현재까지 약 100례 미만의 확진 사례만이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1990년대에 인간 헥소키나제 1(HK1) 유전자가 10번 염색체 장완(10q22.1)에 위치함이 확인되고 클로닝되었다. HK1 유전자는 약 100 kb에 걸쳐 있으며, 조직 특이적 스플라이싱에 의해 HK-R(적혈구 특이형, red cell isoform)을 포함한 여러 동형효소를 생성한다. 2000년대 이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의 보급으로 이전에는 진단되지 못했던 HK 결핍 증례들이 재발견되기 시작하였으며, 적혈구병증 진단 패널에 HK1 유전자가 포함되면서 진단율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HK 결핍 증례 보고가 매우 드물며, 아직 국내 특이적 분자역학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1997년 피니(Finney) 등은 HK 결핍을 재현한 생쥐 모델(Hk1 결핍 마우스)을 확립하였으며, 이 모델에서 확인된 HNSHA의 병태생리학적 특성이 인간 HK 결핍의 기전 이해에 크게 기여하였다. 동물 모델을 이용한 유전자치료(AAV 기반 HK1 유전자 전달)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나, 임상 단계의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헥소키나제(Hexokinase, HK)는 해당과정의 가장 첫 번째 효소로, 포도당(glucose)과 ATP를 기질로 하여 포도당-6-인산(glucose-6-phosphate, G6P)과 ADP를 생성하는 반응을 촉매한다. 이 반응은 비가역적이며, 해당과정으로의 포도당 진입을 조절하는 핵심 관문 역할을 한다. 인간에는 4가지 HK 동형효소(HK1~4)가 있으며, 이 중 HK1은 뇌, 근육, 적혈구에서 발현된다. 적혈구에서 HK1은 HK-R(erythrocyte-specific isoform)이라는 특수한 스플라이싱 변이체로 발현되어 일부 단백질 서열이 다른 조직의 HK1과 다르다.
HK1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로 인해 적혈구 HK(HK-R)의 활성이 현저히 감소하면, 포도당의 해당과정 진입이 차단되어 적혈구 전체 에너지(ATP) 생산이 급감한다. HK는 해당과정의 첫 번째 효소이므로 HK 결핍 시 HK 하류의 모든 해당과정 중간산물, 즉 G6P, 과당-6-인산, 과당-1,6-이인산, 3-포스포글리세린산, PEP 등이 모두 감소하게 된다. 이는 PK 결핍과 같이 PEP 상류만 축적되는 것과 대조적인 생화학적 패턴이다.
HK 결핍은 PK 결핍과 마찬가지로 HNSHA를 초래하지만, 생화학적으로는 HK 기질인 포도당이 G6P로 전환되지 못함에 따라 오탄당인산회로(PPP)로의 포도당 유입도 감소하여, 이론적으로 G6PD 결핍과 유사한 산화 스트레스 취약성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다만 HK 결핍에서의 산화 스트레스 증가 효과는 임상적으로 G6PD 결핍만큼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다. 임상적으로 HK 결핍은 PK 결핍과 구별하기 어려우므로, 정확한 효소 활성 측정 또는 분자 분석 없이는 이 둘의 감별이 어렵다.
HK1 유전자는 10번 염색체 장완(10q22.1)에 위치하며, 약 100 kb의 게놈 영역에 걸쳐 있다. HK 결핍에 의한 HNSHA는 상염색체 열성(autosomal recessive) 유전 방식을 따른다. 이형접합 보인자(carrier)에서는 HK 활성이 정상의 약 50%로 유지되어 임상적으로 건강하며, 동형접합자 또는 복합이형접합자에서 임상 질환이 발현된다.
HK1 유전자는 조직 특이적 스플라이싱에 의해 여러 단백질 이형체를 생성한다. 적혈구에 특이적인 HK-R(Red blood cell isoform)은 HK1의 N-말단에 적혈구 특이적 엑손이 추가된 형태이며, 이 부분이 포함된 단백질은 적혈구 막과의 결합 특성이 다른 조직의 HK1과 다르다. 따라서 HK-R에 특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이는 적혈구 기능만 선택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HK1 병원성 변이는 대부분 미스센스 변이이나, 스플라이싱 변이와 큰 결실도 드물게 보고된다.
HK 결핍의 병원성 변이는 특정 민족 집단에 집중되지 않고 전 세계 다양한 집단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창시자 변이(founder mutation)가 존재하지 않아, 진단을 위해 전체 HK1 엑손 및 접합 부위의 완전한 시퀀싱이 필요하다. HK 결핍 확진 가계에서는 형제자매 검사, 부모 보인자 확인, 그리고 필요 시 산전 분자 진단이 이루어진다.
HK 결핍은 전 세계적으로 100례 미만의 확진 사례만이 문헌에 보고된 극히 희귀한 질환이다. PK 결핍이 출생 51만 명당 1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HK 결핍은 훨씬 낮은 빈도를 보이며,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정확한 유병률이 추산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보고 사례는 유럽, 북미, 일본에서 온 것으로, 다른 지역에서의 체계적 역학 데이터는 없다.
HK 결핍은 남녀 동등한 빈도로 발생한다. 중증 동형접합 또는 복합이형접합 환자는 신생아기 황달 또는 영아기 빈혈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경증 보인자형 또는 잔존 HK 활성이 높은 복합이형접합 환자에서는 소아기~성인기까지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으며, 급성 감염, 임신, 약물 복용 등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처음 용혈 에피소드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HK 결핍에 의한 HNSHA는 매우 드물게 보고되며, 전국 희귀질환 등록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사례 수는 극히 소수이다. NGS 기반 적혈구병증 진단 패널의 국내 도입으로 향후 미진단 HK 결핍 증례가 발굴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한국 특이적 HK1 병원성 변이에 대한 체계적 보고는 없다.
HK는 포도당의 해당과정 진입을 위한 필수적인 첫 번째 관문이다. HK 결핍 시 포도당이 G6P로 인산화되지 못함에 따라 해당과정의 모든 하위 반응이 차단되고, 궁극적으로 성숙 적혈구 내 ATP 생산이 현저히 감소한다. ATP 고갈은 Na+/K+-ATPase 기능 저하, 막 변형능 감소, 포스파티딜세린(PS) 외면 노출, 세포골격 불안정화로 이어지며, 비장 등 세망내피계에서 적혈구가 조기 파괴된다(혈관외 용혈).
HK가 포도당을 G6P로 전환하는 첫 번째 반응은 오탄당인산회로(PPP)의 기질인 G6P 공급도 담당한다. 따라서 HK 결핍 시에는 G6P 감소로 PPP로의 탄소 흐름이 감소하고, NADPH 생산도 부분적으로 감소한다. 이는 적혈구가 산화적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 능력을 부분적으로 상실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HK 결핍 환자에서 산화성 약물이나 잠두콩에 의한 급성 용혈 에피소드가 PK 결핍보다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지는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G6P는 글리코겐 합성(glycogen synthesis)의 기질이기도 하다. 성숙 적혈구에서는 글리코겐 대사가 미미하지만, G6P는 혈당 조절의 다양한 경로와 연계되어 있다. HK 결핍 적혈구에서는 포도당 소비 자체가 감소하여, 외관상 HK 결핍 이형접합 보인자에서 일부 연구에서 적혈구 내 포도당 농도가 정상보다 높게 유지되는 소견이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생화학적 변화의 임상적 의미는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HK 결핍의 가장 흔한 발현 시기는 신생아기 또는 영아기이다. 신생아 황달(neonatal jaundice)은 초기 증상으로 가장 흔하며, 중증의 경우 광선요법 또는 교환수혈을 필요로 하는 수준의 빌리루빈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심한 빈혈이 있는 경우 자궁 내 태아 수종이나 출생 후 즉각적인 수혈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후 영아기에는 지속적인 창백, 황달, 비장비대가 나타나고, 성장 부진이 동반될 수 있다.
경증~중등도 HK 결핍 환자에서는 소아기 이후에도 만성 피로, 창백, 운동 시 호흡곤란, 공막 황달이 지속된다. 색소담석(pigment gallstones)은 만성 용혈의 흔한 합병증으로 소아기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담낭염이나 담관 폐쇄를 유발하기도 한다. 비장비대가 진행하면 범혈구감소증(hypersplenism)이 발생할 수 있다. 수혈 의존성 환자에서는 성인기에 철과부하에 의한 내분비 장애, 간 손상, 심부전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HK 결핍 환자의 신체 검진에서는 결막 창백(conjunctival pallor), 공막 황달(scleral icterus), 피부 황달이 만성 빈혈과 용혈의 징후로 나타난다. 비장비대(splenomegaly)는 흔한 소견으로 좌측 늑골 하연을 넘어 촉지될 수 있으며, 장기간의 경우 상당히 커질 수 있다. 담석 합병증이 있을 경우 우상복부 압통이 관찰된다. 반복 수혈에 의한 철과부하가 진행된 경우 피부 색소 침착, 간비대, 성장 지연 등의 소견이 동반될 수 있다.
말초혈액 도말 검사에서는 정상구성 정색소성 빈혈(normocytic normochromic anemia) 패턴이 관찰되며, 구상세포(spherocyte)는 보통 없거나 드물다. 망상적혈구(reticulocyte)가 현저히 증가하여 정상 대비 수 배~수십 배에 이르며, 이는 만성 용혈에 대한 보상적 적혈구 생성 증가를 반영한다. 혈청 LDH 상승, 비직접 빌리루빈 상승, 합토글로빈 감소가 용혈의 표지자이다. 직접항글로불린검사(DAT)는 음성이며, 적혈구 삼투압 취약성 검사(osmotic fragility)는 정상이거나 정상에 가깝다.
HK 결핍은 G6PD 결핍, 자가면역용혈성 빈혈, 유전성 구상적혈구증이 모두 배제된 비구상적혈구 용혈성 빈혈 환자에서 PK 결핍과 함께 고려된다. 대부분의 임상 알고리즘에서는 PK 효소 활성 측정이 먼저 이루어지며, PK 결핍이 배제된 후 HK를 포함한 다른 해당과정 효소 활성 측정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HK 결핍은 종종 PK 결핍 배제 후의 진단 알고리즘 후반부에서 발견된다.
적혈구 HK 활성은 정량 분광광도계 측정으로 평가되나, HK는 백혈구(leukocyte)에도 풍부하게 존재하므로 적혈구 표본에서 백혈구를 완전히 제거(정제)하지 않으면 HK 활성이 과도하게 높게 측정되어 위음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HK 결핍의 검사실 진단은 PK 결핍보다 기술적으로 어렵고, 전문 검사 기관에서만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검사 전 혈액에서 충분한 백혈구 제거(LDR, leukodepletion)가 HK 측정의 필수 전처리 단계이다.
HK 결핍 확진의 핵심은 백혈구가 충분히 제거된 세척 적혈구에서의 HK 활성 정량 측정이다. 검사는 포도당과 ATP를 기질로 하여 G6PD 연계 반응을 통해 340 nm에서 NADPH 생성 속도를 측정한다. 정상 성인 HK 활성 기준은 약 1.0~2.5 IU/g Hb이며, HK 결핍 환자에서는 이의 50% 이하로 저하된다. 망상적혈구가 많은 표본에서는 젊은 적혈구의 높은 HK 활성으로 인해 결핍이 과소평가될 수 있으므로, 노화 적혈구 분리 후 재검이 권고된다.
HK 활성 저하가 확인된 후, 또는 직접 분자 진단을 원하는 경우, HK1 유전자 변이 분석이 시행된다. NGS 기반 적혈구병증 패널(erythrocyte enzymopathy panel)이나 전장엑솜분석(WES)이 효율적이다. 확인된 변이는 ClinVar, HGMD 등 데이터베이스와 문헌 근거를 바탕으로 ACMG/AMP 분류 기준에 따라 병원성을 평가한다. 특히 새로운(novel) 변이의 경우 기능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
HK 결핍과 PK 결핍은 임상 양상이 매우 유사하여, 효소 활성 측정 또는 분자 분석 없이는 임상만으로는 감별이 불가능하다. PK 결핍에서는 2,3-DPG 축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 적혈구 내 2,3-DPG 측정이 감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HK 결핍에서는 PEP나 2,3-DPG가 축적되지 않고 오히려 해당과정 전체 중간산물이 감소하는 양상이다. 적혈구 대사산물(metabolomics) 분석은 두 질환의 생화학적 프로파일 차이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HK 결핍에 대한 승인된 특이적 치료제는 현재 없으며, 치료는 주로 보존적 접근에 의존한다. 중증 빈혈(Hb < 7 g/dL)이거나 임상 증상이 현저한 경우 적혈구 수혈이 시행된다. 수혈 의존성 환자에서는 정기적인 수혈 일정 유지, 수혈 전 혈액형 검사 및 불규칙 항체 스크리닝이 필요하다. 만성 용혈에 의한 엽산 소모를 보충하기 위한 엽산 복용이 권고된다.
비장절제술(splenectomy)은 HK 결핍 환자에서도 시도되어 왔으나, PK 결핍에 비해 그 효과가 더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비장절제 후 수혈 필요성이 감소하거나 Hb 수치가 개선되었으나,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만 나타난 사례도 보고되어 있다. 따라서 HK 결핍에서 비장절제는 신중하게 적응증을 선택해야 한다. 비장절제 후에는 피막균에 의한 패혈증 예방을 위한 예방접종이 필수이다.
중증 수혈 의존성 HK 결핍에서 HLA 적합 공여자가 있는 경우 동종 조혈모세포이식(allo-HSCT)이 근치적 치료로 고려될 수 있으며, 소수의 성공 증례가 보고되어 있다. AAV(adeno-associated virus) 벡터를 이용한 HK1 유전자 전달 치료에 대한 전임상 연구(생쥐 모델)가 진행 중이며, 유전자치료가 미래의 치료 옵션이 될 가능성이 있다. 피루브산 키나제 결핍 치료제인 mitapivat는 HK 결핍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어 적용되지 않는다.
HK 결핍 환자의 예후는 효소 활성 잔존 정도와 보유 변이의 기능적 영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중증 동형접합 또는 복합이형접합 환자에서는 출생 초기부터 수혈 의존성 빈혈이 확립되며, 반복 수혈에 의한 철과부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요 합병증으로 대두된다. 경증 환자에서는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며, 일부는 성인기까지 수혈 없이 지낼 수 있다.
만성 용혈의 장기 합병증으로는 색소담석, 담낭염, 비장비대에 의한 범혈구감소증이 있다. 반복 수혈에 의한 철과부하 합병증(간 섬유화, 심장 철 침착, 내분비 이상)도 경과에 따라 발생할 수 있으며, 정기적인 혈청 페리틴 및 장기 철 침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HK 결핍의 증례 수가 매우 적어 장기 예후에 관한 체계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 임상 의사결정의 어려움으로 남아 있다.
HK 결핍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므로, 환자가 확인된 가계에서는 부모 및 형제의 HK 활성 측정 및 HK1 유전자 변이 분석이 권고된다. 부모 양측이 보인자인 경우 이후 임신 시 산전 분자 진단을 통해 태아 이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초희귀 질환의 특성상 유전 상담 시 희귀질환 전문 클리닉이나 임상유전학 전문의의 참여가 중요하다.
HK 결핍 환자에서 급성 용혈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염(파보바이러스 B19 포함) 예방 접종, 임신 중 빈혈 모니터링 강화, 수술 전 혈액학적 준비가 중요하다. 비장절제를 받은 환자에서는 평생 피막균 감염 위험이 증가하므로, 정기적인 예방접종 업데이트와 발열 시 즉각적인 의료기관 방문 및 항생제 투여를 교육해야 한다. HK 결핍이 진단된 환자에게는 정기적인 혈액학적, 생화학적 추적 관찰 계획을 확립하고 희귀질환 전문 센터와의 연계를 유지하는 것이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