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혈우병 (에이형 혈우병)(Hemophilia A)

📋 목차 및 주요 내용
항목내용
A. 분류 코드ICD-10: D66 | 산정특례: V009 (희귀질환, 등록 후 5년 본인부담 10%)
B. 동의어혈우병 A형(혈우병 A형), 유전성 제8인자결핍, 항혈우인자결핍(AHF deficiency), 선천성 제8응고인자결핍증, Congenital factor VIII deficiency, Factor VIII:C deficiency
C. 성인기 발현성인기에 최초로 발현할 가능성 낮지 않음 — 전체의 약 30~45%를 차지하는 경증(FVIII 5~40%) 환자에서 수술·발치·외상 등 명확한 계기 없이는 18세 이후 처음으로 이상 출혈이 인지·진단되는 경우가 흔함; 중등증(FVIII 1~5%) 일부도 성인기 초진이 가능; 중증(FVIII < 1%)은 대부분 영아기·소아기에 진단됨.
1. 역사탈무드(5세기) → 오토 1803 → 패텍·테일러 1937 FVIII 발견 → 풀 1964 냉침전물 → 1984 F8 클로닝 → 1992 재조합 FVIII → 2017 에미시주맙 → 2022 유전자치료
2. 원인F8 유전자(Xq28) 병인성 변이로 인한 FVIII 결핍 또는 기능 저하; X 연관 열성 유전
3. 유전학F8 유전자: 186 kb, 26엑손; 인트론 22 역위(중증 45~50%), 인트론 1 역위(5%), 점돌연변이·결실·삽입 등 2,000개 이상의 병원성 변이
4. 일반 역학남성 5,000~10,000명당 1명; 전체 혈우병의 80%; 국내 KBDR 등록 약 2,400명
5. 발생기전내인성 테나제 복합체(FIXa·FVIIIa·Ca²⁺·인지질) 기능 소실 → FX 활성화 불충분 → 트롬빈 생성 감소 → 피브린 응고 장애
6. 증상중증: 자발 혈관절증·근육혈종·두개내 출혈; 중등증: 외상 후 과다 출혈; 경증: 수술·발치 후 지혈 지연
7. 징후APTT 단독 연장, PT 정상, 혈소판 정상; FVIII:C 저하; 믹싱 검사 교정; 혈관절증 소견
8. 선별 검사APTT 연장 → FVIII:C 측정 → vWF 감별 → 억제인자 → 유전자 검사
9. 진단법APTT → 믹싱 → FVIII:C(1단계법·발색법) → vWF 감별 → 베테스다 억제인자 → F8 유전자 검사
10. 치료법DDAVP(경증), FVIII 농축제제(SHL/EHL), 에미시주맙, 피투시란, 유전자치료(발록토코젠 록스아파보벡), 억제인자 관리(ITI/우회인자)
11. 예후현대 예방요법 시 기대수명 정상에 근접; 억제인자 발생(중증의 25~30%)이 예후 결정 핵심 변수
12. 예방법1차 예방요법(영아기 개시), 유전 상담, 산전·착상전 진단, 생활 습관 조정
13. 참고문헌WFH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Haemophilia, 3rd ed. … 외 9개 논문

1. 역사

혈우병 A의 역사는 인류 역사의 문헌 기록과 함께 시작된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유대교 경전인 탈무드(기원후 2~5세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할례를 받은 두 형제가 사망한 경우, 그 다음 형제에게는 할례를 면제한다는 규정이 기술되어 있어, 이미 당시에도 출혈 경향이 남성에게서 모계를 통해 유전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0세기 아랍의 외과의사 알-자흐라위(Abu al-Qasim Khalaf ibn Abbas Al-Zahrawi, Albucasis)도 특정 가계의 남성들이 경미한 외상에도 치명적 출혈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서술하였다.

근대 의학적 기술은 1803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존 콘라드 오토(John Conrad Otto)에 의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특정 가계에 존재하는 출혈 소인에 관한 설명(An account of an hemorrhagic disposition existing in certain families)"이라는 논문에서 이 질환이 어머니를 통해 아들에게 전달됨을 명확히 기술하였다. 1828년에는 독일의 쇤라인(Johann Lukas Schönlein)이 이 질환에 'Hämophilie(혈우병)'라는 명칭을 처음 부여하였으며, 이 용어가 오늘날까지 사용된다.

20세기 전반부에는 질환의 생화학적 기반이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1937년 패텍(Patek)과 테일러(Taylor)는 혈우병 환자 혈장에 결핍된 물질을 '항혈우인자(antihemophilic factor, AHF)'로 명명하였으며, 이것이 바로 제8응고인자(FVIII)임이 후속 연구로 확인되었다. 1952년 빅스(Rosemary Biggs) 연구팀이 크리스마스 질환(Christmas disease, 혈우병 B)을 기술함으로써 혈우병 A와 B가 비로소 분류되었다. 이때부터 혈우병 A는 '고전적(classical) 혈우병'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치료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1964년 주디스 풀(Judith Graham Pool)의 냉침전물(cryoprecipitate) 발견이다. 풀은 신선동결혈장(FFP)을 4°C에서 해동할 때 침전되는 물질이 FVIII를 고농도로 함유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를 이용한 냉침전물 요법이 혈우병 A 치료의 실용적 이정표가 되었다. 이후 1970년대에는 혈장 유래 FVIII 농축 제제가 개발되어 혈우병 치료를 자가 주사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시켰으나, 동시에 HIV와 C형 간염 바이러스로 오염된 혈액 제제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는 비극도 초래하였다.

분자 의학의 발전으로 1984년 우드(Wood) 연구팀이 F8 유전자를 클로닝하는 데 성공하였고, 1992년에는 재조합 FVIII(recombinant FVIII) 제제가 처음으로 임상 사용 허가를 받아 감염 위험이 없는 치료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반감기 연장(extended half-life, EHL) 재조합 FVIII가 개발되어 투여 빈도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다. 2017년 에미시주맙(emicizumab)이 HAVEN 1 임상시험(억제인자 있는 환자 대상)에서 탁월한 예방 효과를 입증하며 허가를 받았고, 2019년 억제인자 없는 환자에서도 승인 적응증이 확대되었다. 2022년에는 최초의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발록토코젠 록스아파보벡, Valoctocogene Roxaparvovec)가 EU에서 성인 중증 혈우병 A에 대해 허가를 받으며, 혈우병 치료의 역사는 '기능적 완치'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2. 원인

혈우병 A는 F8 유전자의 병인성 변이로 인해 제8응고인자(FVIII)가 결핍되거나 기능적으로 저하되어 발생하는 X 연관 열성 유전 질환이다. F8 유전자는 X 염색체의 장완 말단부(Xq28)에 위치하며, 이 유전자의 변이는 FVIII 단백질의 생산량 감소, 분비 장애, 또는 기능적 결함을 초래한다.

X 연관 열성 유전 방식에 따라, 변이가 있는 X 염색체를 하나 가진 남성(XY)은 발병하는 반면, 변이가 있는 X 염색체를 하나 가진 여성(XX, 보인자)은 정상 X 염색체의 F8 유전자가 충분한 FVIII를 보상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대부분 발병하지 않는다. 그러나 라이오니제이션(X 염색체 불활성화의 무작위성)으로 인해 정상 X 염색체 쪽이 주로 불활성화된 보인자 여성은 FVIII 활성도가 크게 낮아져 경증 출혈 증상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를 '유증상 보인자(symptomatic carrier)'라 한다.

자연 발생적 돌연변이(de novo mutation)는 혈우병 A 환자의 약 30%에서 확인된다. 이 경우 가족력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 발병하므로, 출생 전 선별이나 보인자 검사를 통해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자연 발생 돌연변이는 정자 생성 과정에서 F8 유전자에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거나, 어머니의 생식세포에서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후천성(획득성) FVIII 결핍은 혈우병 A와 임상적으로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기전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자가면역 항체(FVIII 억제인자)가 FVIII를 중화하는 '후천성 혈우병 A'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주로 노인, 산후 여성, 또는 자가면역 질환·악성종양 환자에서 발생하며, 선천성 혈우병 A와 구분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3. 유전학

F8 유전자는 X 염색체 장완 말단부(Xq28)에 위치하며, 총 길이 약 186 킬로베이스(kb)에 달하는 인간 게놈 내 가장 큰 유전자 중 하나이다. 26개의 엑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9,000개 이상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mRNA로 전사된 후 2,351개 아미노산(신호 펩타이드 포함)의 전구단백질로 번역된다. 성숙 FVIII 단백질은 도메인 구조로 A1-A2-B-A3-C1-C2의 6개 도메인을 가지며, 폰빌레브란트 인자(vWF)와 결합하여 혈액 내에서 안정화된다.

혈우병 A를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가장 빈번하고 중요한 변이는 인트론 22 역위(intron 22 inversion)로, 중증 혈우병 A 환자의 약 45~50%에서 발견된다. 이 역위는 F8 유전자 인트론 22 내부에 위치한 반복 서열(A-region)과 X 염색체 원위부의 두 개의 유사 서열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위(inversion)로 인해 F8 유전자가 두 부분으로 분리되어 기능적 단백질 생산이 불가능해지는 기전이다. 인트론 1 역위(intron 1 inversion)는 중증의 약 5%를 차지하는 또 다른 흔한 대형 재배열이다.

이 두 역위 외에 점돌연변이(missense 및 nonsense 변이), 소형 결실, 소형 삽입, 스플라이싱 변이, 대형 결실 및 삽입 등 다양한 유형이 나머지 변이를 구성한다. HAMSTeRS(Hemophilia A Mutation, Structure, Test, and Resource Site) 데이터베이스에는 현재 2,000개 이상의 병원성 변이가 등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단백질 생산 자체를 차단하는 변이(nonsense, 대형 결실, 역위 등)는 중증을 유발하고, 단백질 구조나 기능에 부분적 영향을 미치는 변이(missense 등)는 경증 또는 중등증과 관련되는 경향이 있다.

유전자 변이 유형은 억제인자(inhibitor) 발생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대형 결실, 역위, 및 nonsense 변이를 가진 환자는 경미한 missense 변이를 가진 환자보다 억제인자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다. 이는 내인성 FVIII 단백질에 대한 면역 내성(tolerance) 수준이 변이 유형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HLA 유전자형, 면역 조절 유전자 다형성 등도 억제인자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4. 일반 역학

혈우병 A는 전 세계적으로 남성 약 5,000~10,000명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중증 선천성 응고 장애이다. 전체 혈우병(A형 + B형)의 약 80%를 차지하며, 세계혈우연맹(WFH)의 2023년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약 26만 명 이상이 혈우병 A로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특히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서는 진단되지 않은 환자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증도별 분포를 보면, 중증(FVIII < 1%)이 전체의 약 40~50%, 중등증(FVIII 1~5%)이 약 10~15%, 경증(FVIII 5~40%)이 약 30~45%를 차지한다. 모든 인종과 민족에서 유사한 빈도로 발생하며, 지리적 차이는 유전자 변이 스펙트럼의 차이를 반영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한국혈우병환자데이터등록(Korean Bleeding Disorder Registry, KBDR)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혈우병 A 등록 환자는 2,300~2,500명 수준이다. 한국 역시 전체 혈우병 환자의 약 80%가 혈우병 A에 해당한다. 산정특례(V009) 등록 후 5년간 관련 의료비 본인부담률 10%의 혜택이 적용된다. 국내 혈우병 치료는 권역별 거점 병원(종합혈우병치료센터)과 한국혈우재단의 지원 체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재조합 FVIII 제제와 에미시주맙의 급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성별 분포는 X 연관 유전에 따라 남성이 절대다수이다. 여성 혈우병 A(FVIII 활성도 40% 미만)는 보인자 여성에서 X 염색체 불활성화가 병인 쪽으로 치우친 경우, 또는 두 개의 X 염색체 모두에 F8 변이가 있는 매우 드문 경우(동형접합 또는 반접합)에서 나타난다. 여성 보인자의 절반 정도에서 FVIII:C가 다소 저하되어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수술이나 분만 시 출혈 합병증을 경험할 수 있다.

5. 발생기전

혈우병 A의 발생기전은 혈액 응고 폭포 반응에서 FVIII가 수행하는 핵심 보조인자 역할의 소실에서 비롯된다. 정상 응고 과정에서 혈관이 손상되면 외인성 경로(조직인자-FVII 복합체)가 먼저 작동하여 소량의 트롬빈을 생성한다. 이 소량의 트롬빈은 혈소판 활성화, FVIII 활성화(FVIIIa), FV 활성화(FVa)를 일으키는 증폭 반응을 유발한다.

활성화된 FVIIIa는 인지질 막 표면에서 FIXa, 칼슘 이온과 함께 내인성 테나제 복합체(intrinsic tenase complex)를 형성한다. 이 복합체는 FX를 FXa로 활성화하는 속도를 FIXa 단독 반응에 비해 수만 배 이상 증폭시킨다. FXa는 이후 프로트롬빈을 트롬빈으로 전환하여 피브린 응고를 형성하는 증폭 과정을 가속화한다.

혈우병 A에서는 FVIIIa 자체가 없거나 기능적으로 결함이 있어 내인성 테나제 복합체가 형성되지 않거나 기능이 극히 저하된다. 이로 인해 FX 활성화 속도가 현저히 감소하고, 트롬빈 생성량이 부족하여 강력한 피브린 응고가 형성되지 않는다. 초기 지혈 마개(primary hemostatic plug, 혈소판 응집)는 정상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작은 상처에서는 출혈이 잘 멈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피브린에 의한 2차 지혈 강화 없이는 큰 혈관이나 심부 조직의 출혈을 충분히 통제할 수 없다.

중증도는 잔여 FVIII 활성도에 의해 결정된다. FVIII 활성도가 1% 미만인 중증에서는 자발성 출혈(외부 자극 없이 발생하는 출혈)이 잦으며, 특히 관절강 내로의 출혈(혈관절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이는 활액막(synovial membrane)이 풍부하게 발현하는 TFPI(tissue factor pathway inhibitor)와 혈관벽의 구조적 특성이 외인성 경로에 의한 지혈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관절 내 출혈은 활액막 염증, 철 매개 산화 손상, 연골 파괴, 골 미란으로 이어지는 혈우병성 관절병증을 초래한다.

6. 증상

혈우병 A의 증상은 FVIII 활성도에 따른 중증도 분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비정상적인 출혈 경향이 특징이지만, 중증도에 따라 발현 양상이 크게 다르다.

중증(FVIII < 1%)의 경우, 자발성 관절 내 출혈(hemarthrosis, 혈관절증)이 가장 흔하고 특징적인 증상이다. 무릎, 발목, 팔꿈치가 가장 자주 침범되며, 고관절, 어깨, 손목이 그 뒤를 잇는다. 혈관절증 초기에는 해당 관절에 따끔거리는 전구 증상 이후 급격한 종창, 열감, 심한 통증과 운동 제한이 나타난다. 근육 혈종도 흔하며, 전완부, 비복근, 장요근 등에 호발한다. 특히 장요근 혈종은 내부 출혈 징후가 뚜렷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으며, 대퇴신경 압박에 의한 하지 마비, 감각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두개내 출혈은 중증 혈우병에서 가장 심각한 합병증으로, 사망이나 영구적 신경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중증 환자의 대부분은 첫 돌 이전에 두드러진 멍이나 혈관절증을 통해 진단된다.

중등증(FVIII 1~5%)의 경우, 자발성 출혈은 드물지만 경미한 외상 후에도 비정상적으로 오래 지속되는 출혈이 발생한다. 수술이나 시술 후 심한 출혈이 나타나고, 관절 출혈도 발생하나 중증보다 빈도가 낮다. 일부 환자는 10대나 성인기에 진단되기도 한다.

경증(FVIII 5~40%)의 경우, 일상생활에서는 출혈 경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수술, 발치, 분만, 또는 심한 외상이 있을 때 비정상적 출혈이 처음 인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 군에서 성인기 초진이 가장 빈번하다. 수술 전 APTT 연장이 발견되어 혈우병 A로 진단되는 시나리오가 전형적이다.

출혈 형태는 관절·근육·연조직 출혈이 가장 특이적이며, 피부의 점상출혈이나 자반(혈소판 기능 이상을 시사)보다는 심부 혈종이나 관절 출혈이 두드러진다. 구강 점막 출혈, 비출혈, 혈뇨, 위장관 출혈 등도 나타날 수 있다.

7. 징후

혈우병 A의 징후는 임상 진찰 소견과 검사실 소견으로 구분된다. 두 영역의 소견을 종합하여 진단과 중증도를 확정한다.

임상 진찰 소견: 활동성 혈관절증이 있을 때는 해당 관절의 뚜렷한 종창, 열감, 피부 긴장, 압통, 관절 운동 범위의 현저한 감소가 관찰된다. 만성 혈우병성 관절병증이 진행된 경우에는 관절 변형(굴곡 구축, 각형성), 관절 주위 근육 위축, 관절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 있다. 근육 혈종은 해당 근육 부위의 종창, 압통, 경결, 국소 열감으로 나타나며, 인접 신경 압박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피부 타박상(멍)은 흔하나, 점상출혈이나 자반은 드물다(혈소판 기능은 정상이기 때문). 중증 환자에서 반복적 혈관절증이 있었던 경우 관절경 또는 MRI에서 활액막 비후, 철 침착, 연골 손상 소견이 확인된다.

검사실 소견: 혈우병 A의 가장 특징적인 검사실 징후는 APTT(활성화 부분트롬보플라스틴 시간) 단독 연장이다. PT(프로트롬빈 시간)는 정상이고, 혈소판 수, 피브리노겐, 트롬빈 시간도 모두 정상이다. 믹싱 검사(환자 혈장 + 정상 혈장 1:1 혼합 후 APTT 재측정)에서 APTT가 교정되면 인자 결핍을 시사한다. FVIII:C(제8인자 응고 활성도) 측정에서 저하가 확인되면 혈우병 A를 강력히 의심한다. FVIII:C는 1단계 응고법(one-stage clot-based assay) 또는 발색 기질법(chromogenic assay)으로 측정한다. 발색법과 1단계법 사이에 유의한 차이(discrepancy)가 있는 경우 EHL FVIII 제제를 사용하는 환자이거나 특정 F8 변이(B도메인 결실 변이 등)가 있는 경우를 의심한다. 폰빌레브란트병(vWD) type 2N도 FVIII:C 저하를 동반하므로 감별을 위해 vWF:Ag 및 vWF:RCo(리스토세틴 보조인자)를 함께 측정하여야 한다.

8. 선별 검사 방법

혈우병 A의 선별 검사는 다음의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1) 출혈 경향 또는 가족력이 있어 임상적으로 의심되는 경우, (2) 수술 전 또는 시술 전 일상적 응고 검사에서 우연히 APTT 연장이 발견된 경우, (3) 보인자 여성 또는 가족력이 있는 신생아 선별.

기본 응고 검사 패널은 APTT, PT, 혈소판 수, 피브리노겐으로 구성된다. 혈우병 A에서는 APTT만 연장되고 나머지는 정상인 패턴이 전형적이다. 혈우병의 선별 정확도를 위해 APTT 측정에 사용하는 시약의 FVIII:C에 대한 민감도가 중요한데, 일부 시약은 경증 혈우병(FVIII:C 5~40%)에서 APTT를 정상 범위로 보고할 수 있어 임상 의심이 높은 경우 FVIII:C를 직접 측정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FVIII:C 직접 측정은 선별과 확진을 겸하는 가장 중요한 검사이다. 결과는 정상치의 백분율(%) 또는 IU/dL로 표현되며, 40% 이상이 정상, 5~40%가 경증, 1~5%가 중등증, 1% 미만이 중증에 해당한다.

가족력 확인 및 보인자 선별: 혈우병 A 환자의 어머니는 보인자일 가능성이 높으며(자연 돌연변이 제외), 가족력이 확인된 경우 여성 가족에 대해 FVIII:C 측정과 F8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여 보인자 여부를 확인한다. 보인자 여성은 FVIII:C가 평균 약 50% 수준으로 저하되어 있지만 개인 간 편차가 크다.

신생아 선별: 가족력이 알려진 경우, 출생 직후 제대혈에서 FVIII:C를 측정한다. 신생아기에는 FVIII:C가 성인 정상 범위에 있어 측정이 가능하다(FIX와 달리 생리적으로 낮지 않음). 산전 진단은 융모막 생검(임신 11~14주) 또는 양수 천자(임신 15~18주)를 통해 태아 DNA에서 가족 내 알려진 F8 변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시행한다.

9. 진단법

혈우병 A의 진단은 단계적 검사 알고리즘을 통해 확립된다. 임상적 의심에서 출발하여 응고 검사, 인자 활성도 측정, 감별 진단, 그리고 유전자 확인의 순서로 진행된다.

1단계: 기본 응고 검사. APTT 단독 연장이 혈우병의 첫 번째 실마리이다. PT, 혈소판 수, 피브리노겐이 정상인 것을 확인한다.

2단계: 믹싱 검사(mixing study). 환자 혈장과 정상 혈장을 1:1로 혼합하여 즉시 및 37°C 2시간 인큐베이션 후 APTT를 재측정한다. 즉시 교정(correction)되면 인자 결핍을 시사한다. 교정이 불충분하면 억제인자나 루푸스 항응고인자를 의심한다.

3단계: FVIII:C 측정. 1단계 응고법(aPTT 기반)과 발색 기질법으로 FVIII:C를 측정하여 중증도를 분류한다. FVIII:C가 저하된 경우, 다음의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4단계: 폰빌레브란트병 감별. vWD type 2N(Normandy형)은 vWF의 FVIII 결합 부위 변이로 FVIII:C가 5~30%로 저하되며, 혈우병 A와 혼동할 수 있다. vWF:Ag(vWF 항원), vWF:RCo(리스토세틴 보조인자 활성도), vWF:FVIII binding assay를 통해 감별한다. vWD type 1은 경미한 vWF 감소를 보이며 FVIII:C도 함께 저하될 수 있다.

5단계: 억제인자 검사.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나 치료 반응이 예상보다 불량한 경우 베테스다 분석법(Bethesda assay) 또는 나이모은 베테스다 분석법(Nijmegen-modified Bethesda assay)으로 억제인자 역가를 측정한다. 0.6 BU/mL 미만을 억제인자 음성, 5 BU/mL 이상을 고역가 억제인자로 분류한다.

6단계: F8 유전자 검사. 인트론 22 역위 검사(inverse PCR 또는 long-range PCR)를 먼저 시행하고, 음성이면 인트론 1 역위 검사, 이후 F8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Sanger 또는 NGS)으로 진행한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예후 예측(억제인자 위험), 가족 내 보인자 확인, 산전 진단에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10. 치료법

혈우병 A의 치료는 크게 출혈 발생 시 치료(on-demand therapy)와 출혈을 예방하기 위한 정기적 예방요법(prophylaxis)으로 나뉘며, 현대 치료의 표준은 예방요법에 맞추어져 있다.

데스모프레신(DDAVP): 경증 혈우병 A 환자(FVIII:C 5~40%)에서 내인성 저장 FVIII와 vWF를 방출시키는 합성 바소프레신 유사체이다. 정맥주사(0.3 μg/kg) 또는 고농도 비강 분무 형태로 투여하며, 일반적으로 FVIII:C를 투여 전 기저치의 3~6배까지 상승시킨다. 소규모 수술, 발치, 경미한 출혈 사건에서 효과적이다. 반복 투여 시 저장 풀이 고갈되어 효과가 감소하는 탈감작(tachyphylaxis)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분 저류와 저나트륨혈증을 주의하여야 한다. 중등증 및 중증 환자, 그리고 DDAVP에 반응이 불충분한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FVIII 농축 제제: 혈장 유래(plasma-derived, pd-FVIII)와 재조합(recombinant, rFVIII) 제제 두 종류가 있다. 현재 바이러스 불활성화 처리를 거친 혈장 유래 제제와 재조합 제제는 안전성 면에서 동등하게 간주된다. 표준 반감기(SHL) 재조합 FVIII는 12시간 간격으로 투여하거나 혈우병 A 예방요법 기준으로 주 2~3회 투여한다. 반감기 연장(EHL) 재조합 FVIII(예: 에파모크토코그 알파-fc, 다모크토코그 알파 페길화)는 주 1~2회 투여가 가능하여 예방요법 편의성을 크게 개선하였다.

에미시주맙(Emicizumab, 헴리브라): FIXa와 FX를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특이 단클론항체로, 기능적으로 FVIIIa의 역할을 대체한다. 피하 주사로 투여하며, FVIII 억제인자 유무에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다. 주 1회, 2주 1회, 또는 4주 1회 투여 옵션이 있다. HAVEN 1(억제인자 성인), HAVEN 2(억제인자 소아), HAVEN 3(억제인자 없는 성인), HAVEN 4(4주 1회 투여) 임상시험을 통해 혈관절증 발생률을 80~9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가 입증되었다. 에미시주맙 사용 중 우회 인자 치료(aPCC, FEIBA)를 병용하면 혈전증 및 혈전성 미세혈관병증 위험이 있어 병용은 원칙적으로 금기이다.

피투시란(Fitusiran): 간 세포에서 앤티트롬빈(antithrombin III) 합성을 억제하는 siRNA 기반 피하 주사 제제이다. 앤티트롬빈이 감소하면 트롬빈 생성이 증폭되어 응고 능력이 강화된다. 혈우병 A와 B 모두에서 억제인자 유무에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다. 월 1회 피하 주사로 예방요법을 유지한다. 2025년 현재 미국, EU, 한국 등에서 허가되어 있다.

유전자 치료: 발록토코젠 록스아파보벡(Valoctocogene Roxaparvovec, Roctavian, AAV5-F8-SQ)은 AAV5 벡터를 이용하여 간세포에 B도메인 결실 F8 유전자를 전달하는 유전자 치료제이다. 2022년 EU에서 성인 중증 혈우병 A에 처음 허가를 받았다. 단회 정맥 투여로 수년간 FVIII 생산을 유지할 수 있어, 매주 또는 격주 주사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단, 기존 AAV5 항체가 있는 환자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억제인자 관리: 중증 혈우병 A 환자의 약 25~30%에서 FVIII 제제에 대한 억제인자가 발생한다. 억제인자가 있는 환자의 출혈 치료에는 우회 인자 치료제(rFVIIa, aPCC)를 사용한다. 장기적으로는 면역 관용 유도(immune tolerance induction, ITI) — 고용량 FVIII를 매일 투여하여 억제인자를 소실시키는 방법 — 를 시도한다. 에미시주맙은 억제인자 유무에 관계없이 예방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어 억제인자 환자 관리의 판도를 크게 바꾸었다.

11. 예후

혈우병 A의 예후는 치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지난 수십 년간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1960년대 이전에는 중증 혈우병 환자의 기대수명이 20~30세에 불과하였으나, 재조합 FVIII 예방요법 시대에는 적절한 예방요법을 받는 환자의 기대수명이 일반 인구와 거의 동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에미시주맙, 피투시란 등 비인자 치료의 등장으로 예방요법의 편의성과 효율성이 더욱 향상되고 있다.

관절 건강은 삶의 질과 장기 예후에서 가장 중요한 인자이다. 영아기(18~24개월 또는 첫 출혈 이전)부터 예방요법을 시작한 환자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정상에 가까운 관절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예방요법을 제때 시작하지 못하거나 반복적인 혈관절증이 지속된 환자는 만성 혈우병성 관절병증으로 진행하여 만성 통증, 관절 기능 상실, 인공관절 치환술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억제인자(inhibitor)는 혈우병 A의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합병증이다. 중증 혈우병 A 환자의 약 25~30%에서 FVIII 제제에 대한 중화 항체가 발생하며, 억제인자가 있으면 FVIII 제제의 효과가 현저히 감소하거나 소실된다. 억제인자 발생 위험은 F8 유전자 변이 유형, 첫 FVIII 노출 연령 및 방식, 면역 유전자 프로필 등에 의해 결정된다. 억제인자 발생 후 ITI에 성공하면 억제인자를 소실시킬 수 있으나, ITI 성공률은 약 70%이며 에미시주맙으로 전환하여 예방요법을 지속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1980년대의 혈액 제제 오염으로 인한 HIV 및 C형 간염 감염은 당시 혈우병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었으나, 현재는 바이러스 안전성이 확립된 혈액 제제와 재조합 제제, 그리고 비인자 치료의 확대로 이러한 위험이 사실상 소멸되었다. 유전자 치료가 보편화될 경우, 미래에는 혈우병 A의 기능적 완치가 가능한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2. 예방법

혈우병 A의 예방은 크게 출혈 자체의 예방(1차 예방요법), 합병증 예방, 그리고 유전 예방의 세 차원으로 나뉜다.

1차 예방요법(Primary prophylaxis): 첫 출혈 사건 발생 이전 또는 만 2세 이전에 정기적 FVIII(또는 에미시주맙) 투여를 시작하는 것이 세계혈우연맹(WFH)의 표준 권고이다. 조기 예방요법은 혈관절증 발생을 차단하고 혈우병성 관절병증의 진행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FVIII 예방요법의 목표는 FVIII:C 수준을 항상 1% 이상(이상적으로는 5%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에미시주맙 피하 주사 예방요법은 주 1회, 격주 1회, 또는 4주 1회 투여로 기존 정맥 FVIII보다 편의성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억제인자 보유 환자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2차 및 3차 예방요법: 첫 출혈 이후에 시작하는 정기적 예방요법(2차 예방)과 이미 관절병증이 진행된 후 더 이상의 악화를 막기 위한 예방요법(3차 예방)도 시행한다. 어느 단계에서 시작하더라도 예방요법은 출혈 빈도와 관절 손상 속도를 현저히 감소시킨다.

생활 습관 조정: 접촉이 격렬한 스포츠(권투, 축구 등)나 낙상 위험이 높은 활동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수영, 자전거 타기, 걷기 등 관절에 부담이 적은 유산소 운동은 근육 강화와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어 관절 보호 효과가 있어 오히려 권장된다. 아스피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항혈소판제는 혈소판 기능을 저해하여 출혈 위험을 높이므로 사용을 피한다. 근육주사는 피하거나 최소화하고, 정맥 또는 피하 투여 경로를 선호한다.

유전 상담 및 산전 진단: 혈우병 A 보인자로 확인된 여성은 임신 계획 시 유전 상담을 받고, 산전 진단(CVS 또는 양수 천자를 통한 F8 유전자 분석) 또는 착상 전 유전자 진단(PGT-M)을 통해 태아의 유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혈우병이 확인된 남아 출산 시 분만 방식(흡입분만·겸자분만 금지, 두피 전극 금지), 출생 직후 두개내 출혈 위험 관리, 제대혈 FVIII:C 측정 등의 계획이 필요하다.

억제인자 예방: 초기 FVIII 노출 방식이 억제인자 발생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출혈이 없는 상태에서의 예방요법적 첫 노출, 높은 위험의 수술 상황에서의 집중 노출 회피 등이 억제인자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어 있으나, 아직 확립된 예방 지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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