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Haemophagocytic lymphohistiocytosis)

ICD-10: D76.1  |  동의어: HLH, 혈구탐식증후군, Hemophagocytic syndrome, Macrophage activation syndrome (MAS)

목차
  1. 역사
  2. 원인
  3. 유전학
  4. 일반 역학
  5. 발생기전
  6. 증상
  7. 징후
  8. 선별 검사 방법
  9. 진단법
  10. 치료법
  11. 예후
  12. 예방법
  13. 참고문헌

1. 역사

최초 기술과 명명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HLH)은 1952년 Scott와 Robb-Smith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다. 이들은 조직구 증식과 혈구탐식 현상을 동반한 치명적 경과를 보이는 병리학적 증후군을 '조직구성 수질 세망증(histiocytic medullary reticulosis)'으로 기술하였다. 이후 1979년 Farquhar와 Claireaux가 형제에서 발생하는 치명적 조직구증을 기술하며 '가족성 혈구탐식성 세망증(familial haemophagocytic reticulosis, FHL)'이라는 명칭을 제안하였다.

현대적 개념의 정립

1980~1990년대에 들어 감염, 자가면역질환, 악성종양과 연관된 이차성 HLH 사례들이 다수 보고되었고, HLH가 단순한 유전질환이 아닌 면역 조절 이상의 임상 증후군임이 인식되었다. 1991년 Histiocyte Society가 처음으로 HLH의 진단 기준을 제안하였고, 1994년 HLH-94 프로토콜이 수립되어 덱사메타손·에토포시드 중심의 표준 치료가 확립되었다.

한국의 HLH 연구 역사

한국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소아 HLH 사례가 체계적으로 보고되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 이후 성인 HLH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혈액종양내과, 소아과, 류마티스내과, 감염내과 등 다과에 걸친 협진 체계가 강화되고 있다.

2. 원인

원발성(유전성) HLH

원발성 HLH는 세포독성 T림프구(CTL) 및 자연살해세포(NK세포)의 세포 사멸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대표적 원인 유전자로는 퍼포린(PRF1), MUNC13-4(UNC13D), Syntaxin 11(STX11), MUNC18-2(STXBP2), RAB27A 등이 있으며, 이들 유전자의 변이는 용해성 과립의 분비 경로를 차단하여 CTL 및 NK세포의 표적 세포 사멸 능력을 상실시킨다. 원발성 HLH의 대부분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 방식을 따른다.

이차성(후천성) HLH

이차성 HLH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감염성: Epstein-Barr virus(EBV)가 가장 흔하며, 거대세포바이러스(CMV), 인플루엔자, HIV, 결핵균 등도 원인이 된다. 자가면역/자가염증: 전신성 소아 특발성 관절염(sJIA), 전신홍반루푸스(SLE), 성인형 스틸병 등에 동반된 거대세포 활성화 증후군(MAS)으로 나타난다. 악성종양: T세포 림프종, NK세포 림프종, 급성백혈병 등에 합병된다.

3. 유전학

주요 유전자와 유전 방식

원발성 HLH의 유전적 원인은 크게 두 군으로 분류된다. FHL1~5로 분류되는 가족성 유형 중, FHL2는 PRF1(퍼포린 1) 유전자(10q22) 돌연변이, FHL3는 UNC13D 유전자(17q25) 돌연변이, FHL4는 STX11(6q24) 유전자 돌연변이, FHL5는 STXBP2(19p13)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다. 이들 모두 상염색체 열성 유전 방식을 따른다. 면역결핍 증후군과 연관된 HLH로는 Chediak-Higashi syndrome(LYST 유전자), Griscelli syndrome type 2(RAB27A 유전자), Hermansky-Pudlak syndrome type 2(AP3B1 유전자) 등이 있다.

유전자형-표현형 연관성

PRF1 돌연변이(FHL2)는 전체 원발성 HLH의 약 30~50%를 차지하며, 특히 p.A91V 다형성은 성인에서 HLH 발병 소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UNC13D 돌연변이(FHL3)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인구에서 비교적 빈번하게 보고된다. 복합이형접합 돌연변이를 가진 경우 표현형이 다양할 수 있다.

4. 일반 역학

전 세계 발생률

HLH는 희귀 질환으로, 원발성 HLH의 발생률은 신생아 100만 명당 약 1~2명으로 추정된다. 스웨덴에서의 조사에서 소아 HLH 발생률은 연간 100만 소아당 약 1.2명이었다. 이차성 HLH는 집중치료실 입원 환자, 면역억제 환자, 혈액종양 환자에서 발생 빈도가 더 높다.

연령 및 성별 분포

원발성 HLH는 주로 영아 및 소아에서 발병하며, 80% 이상이 생후 1년 이내에 발병한다. 그러나 성인에서도 발생이 보고되며, 성인 HLH의 경우 이차성(감염, 악성종양, 자가면역) 원인이 대부분이다. 성별 차이는 뚜렷하지 않다.

한국 내 현황

한국에서는 소아 HLH 환자의 상당 비율이 EBV 감염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동아시아에서 EBV 관련 HLH의 높은 빈도와 일치한다. 성인 HLH도 EBV 연관 및 혈액종양 관련이 주요 원인으로, 국내 대학병원에서 연간 수십 건의 신규 진단이 보고되고 있다.

5. 발생기전

세포독성 기능 결함과 면역 조절 이상

정상적으로 CTL과 NK세포는 퍼포린·그랜자임을 함유한 용해성 과립을 표적 세포(바이러스 감염 세포, 종양 세포)와의 면역 시냅스에 분비하여 표적 세포를 사멸시킨다. HLH에서는 이 과정이 차단되어 표적 세포 사멸이 이루어지지 않고, 항원제시세포(APC)와 T세포의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사이토카인 폭풍의 형성

세포독성 기능 결함으로 인해 활성화된 T세포와 대식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고, IFN-γ, TNF-α, IL-6, IL-10, IL-12, IL-18 등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대량 분비된다. 특히 IFN-γ는 대식세포 활성화의 핵심 매개물질로, 활성화된 대식세포는 혈구탐식(hemophagocytosis) 현상 및 추가 사이토카인 분비를 통해 양성 피드백 사이클을 형성한다. 이 '사이토카인 폭풍'이 다장기 부전의 핵심 기전이다.

혈구탐식 현상

활성화된 조직구/대식세포가 골수, 비장, 림프절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혈구를 탐식(phagocytosis)하여 범혈구감소증을 유발한다. 이는 병명의 기원이 되는 핵심 병리 소견이다.

6. 증상

발열

지속적인 고열(38.5℃ 이상)은 HLH의 가장 초기이자 가장 흔한 증상으로,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수일~수주간의 발열이 특징적이다.

혈구감소증 관련 증상

범혈구감소증에 의한 창백, 피로, 출혈 경향(점출혈, 반상출혈, 비출혈, 소화관 출혈)이 나타난다. 감염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하여 이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비장비대 및 림프절 비대

비장비대는 HLH의 핵심 증상이며 압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림프절 비대도 흔히 관찰된다.

신경계 증상

원발성 HLH 및 일부 이차성 HLH에서 경련, 의식 변화, 뇌수막 자극 증상, 두개내압 상승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경계 침범은 예후를 악화시키는 중요한 인자이다.

7. 징후

신체 검진 소견

신체 검진에서 비장비대(비장 선단이 늑골하 3cm 이상)와 간비대가 주된 징후이다. 발열과 함께 림프절 비대, 피부 발진, 황달이 동반될 수 있다. 신경계 침범 시 경부 강직, 의식 저하, 국소 신경학적 결손이 나타날 수 있다.

검사실 소견

검사 항목소견기준치
혈색소(Hb)감소<9 g/dL
혈소판감소<100×10³/μL
호중구감소<1×10³/μL
혈청 페리틴현저한 상승>500 ng/mL (종종 >10,000)
트리글리세리드상승≥3.0 mmol/L
피브리노겐감소<1.5 g/L
가용성 CD25현저한 상승≥2,400 U/mL
NK세포 활성감소 또는 소실—

골수 및 영상 소견

골수 흡인 및 생검에서 조직구에 의한 혈구탐식 소견이 관찰된다. 복부 초음파 또는 CT에서 간비장비대, 복수가 관찰될 수 있다. 뇌 MRI에서 T2 고신호 병변 및 뇌실 확장 소견이 신경계 침범의 증거일 수 있다.

8. 선별 검사 방법

HScore 활용

HScore는 HLH 가능성을 점수화하는 임상 도구로, 발열, 비장비대, 혈구감소증, 페리틴, 트리글리세리드, 피브리노겐, 골수 혈구탐식, AST, 기저 면역결핍 여부 등 9개 항목을 합산하여 HLH 확률을 계산한다. 169점 이상이면 HLH 가능성이 93%로 보고된다.

혈청 페리틴의 선별 활용

혈청 페리틴 >500 ng/mL는 HLH의 비특이적 선별 지표이며, >10,000 ng/mL는 HLH에 대한 특이성이 높다. 집중치료실 입원 환자 및 불명열 환자에서 원인 불명의 극심한 페리틴 상승은 HLH를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

고위험군 선별

원발성 HLH 가족력이 있거나 영아에서 발열과 범혈구감소증이 동반되는 경우, 또는 EBV 감염 후 임상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 즉시 HLH 선별 검사를 시행한다.

9. 진단법

HLH-2004 진단 기준

Histiocyte Society의 HLH-2004 기준에 따르면, 다음 8개 항목 중 5개 이상이 충족되거나 분자유전학적 진단이 확인된 경우 HLH로 진단한다.

  1. 발열(38.5℃ 이상)
  2. 비장비대
  3. 혈구감소증(2계통 이상: Hb<9 g/dL, 혈소판<100×10³/μL, 호중구<1×10³/μL)
  4. 고트리글리세리드혈증(≥3.0 mmol/L) 또는 저피브리노겐혈증(<1.5 g/L)
  5. 골수/비장/림프절 조직에서 혈구탐식 소견
  6. NK세포 활성 감소 또는 소실
  7. 혈청 페리틴 ≥500 ng/mL
  8. 혈청 가용성 CD25(sIL-2R) ≥2,400 U/mL

분자유전학적 진단

PRF1, UNC13D, STX11, STXBP2 등 HLH 관련 유전자 패널 NGS 검사. 퍼포린 단백 발현 확인을 위한 유세포 분석. 원발성 HLH 유전자 돌연변이 확인 시 확진.

원인 규명 검사

EBV, CMV, HSV, HIV 등 바이러스 검사(PCR, 혈청검사). 자가면역 항체 검사(ANA, anti-dsDNA, RF 등). 골수 생검, 림프절 생검으로 악성종양 배제.

10. 치료법

HLH-94/2004 표준 치료 프로토콜

원발성 및 중증 이차성 HLH의 표준 치료는 HLH-94/2004 프로토콜로, 8주간의 유도 치료로 구성된다. 덱사메타손(고용량, 점감 요법)과 에토포시드(VP-16, 주 2회→주 1회)를 근간으로 하며, 중추신경계 침범 시 척수강내 메토트렉세이트(IT-MTX)를 추가한다.

원발성 HLH의 근치 치료

원발성 HLH의 유일한 완치 치료는 동종 조혈모세포이식(allo-HSCT)이다. HLA 적합 형제 공여자가 없는 경우 비혈연 공여자 또는 반일치 이식을 시행한다. 감소강도조건화(RIC) 이식이 표준이식의 독성을 줄이면서 동등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차성 HLH의 치료

이차성 HLH는 원인 질환 치료가 핵심이다. EBV 관련 HLH는 HLH-94/2004 프로토콜 적용과 함께 EBV 항바이러스 치료를 고려한다. MAS(거대세포 활성화 증후군)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사이클로스포린, 아나킨라(IL-1 수용체 길항제) 등을 우선 적용한다.

새로운 표적 치료

IFN-γ 단클론항체인 에마팔루맙(emapalumab)은 원발성 HLH에서 미국 FDA 승인(2018)을 받았으며, 기존 치료에 불응하거나 재발한 원발성 HLH에 사용된다. JAK1/2 억제제 룩솔리티닙도 임상 연구 중이다.

11. 예후

치료하지 않는 경우

HLH는 치료하지 않으면 거의 모든 경우 치명적이며, 중앙생존기간은 2개월 미만으로 보고된다. 다장기 부전, 출혈, 중추신경계 침범이 직접 사망 원인이 된다.

치료 시 예후

HLH-94/2004 프로토콜 적용 시 5년 생존율은 약 54~64%로 보고된다. 조혈모세포이식 후 5년 생존율은 원발성 HLH에서 약 60~70%이다. 중추신경계 침범, 진단 지연, 불완전한 유도 치료 반응이 불량 예후 인자이다.

예후 예측 인자

진단 당시 혈청 페리틴 수치, 중추신경계 침범 여부, EBV 바이러스 부하, 초기 치료에 대한 반응이 예후를 결정하는 핵심 인자이다.

12. 예방법

유전 상담과 가족 선별

원발성 HLH 환자의 가족(특히 형제자매)에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여 동일 돌연변이 보인자 또는 이환 여부를 조기에 확인한다. 보인자 부모에 대한 충분한 유전 상담과 다음 임신 시 산전 진단을 권고한다.

이차성 HLH 예방

이식 후 면역억제 환자에서 EBV, CMV 등 바이러스 모니터링과 예방 항바이러스 요법을 시행한다. 자가면역질환 환자에서 MAS 전구 증상(갑작스러운 발열, 페리틴 급상승)을 조기 인식하고 치료를 강화한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

HLH의 예후는 진단 및 치료 시작 시기에 크게 좌우된다. 불명열, 혈구감소증, 비장비대, 고페리틴혈증의 조합이 있는 모든 환자에서 HLH를 조기에 감별 진단에 포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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